경기도 한수이남 지역에 전승되어 온 경기안택굿은 경기도만의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는 굿거리 제차이다. 하지만 이러한 경기안택굿을 무형문화재로 지정하여 전승보존을 시켜야 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도는 벌써 두 차례나 경기안택굿 지정신청을 부결시킨 바 있다.

부결사유로는 서울굿과 흡사하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를 들고 있다. 하지만 서울굿이라 부르는 굿이 어떤 것인지 알고나 있는 것일까? 고려 때부터 조선조에 이르기까지 서울(한양)에서 많은 무녀들이 도성 밖으로 축출을 당했다. 그들이 노량진을 건넜기 때문에 ‘노들만신’이란 용어까지 생겨났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이다.

이들이 노들로 건너와 자리를 옮긴 곳이 바로 한수이남 지역인 수원을 비롯하여 화성, 용인, 오산, 시흥, 안산, 안성, 평택 등이다. 이들 만신들은 그곳에서 각자 생업에 종사하면서 나름 지역의 독창적인 형태의 굿으로 정착된다. 그 과정은 실로 눈물겹다. 심지어 일제 강점하에서는 지하실에서 빨래판을 긁어 장단을 맞추면서 굿을 펼치기도 했다는 것이다.

문화의 특징을 ‘백리부동풍(百里不同風)’이라 한다. 백리만 떨어져도 지역 나름의 독창적인 문화가 형성된다는 말이다. 이런 문화가 자리를 옮겨 그곳의 토착문화와 습합이 되는 시기는 보통 일백년 이상 3대 이상이 흘러야 한다는 것이 학자들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10대 이상을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정착된 이 지역만의 안택굿이 어찌 서울굿과 흡사하다고 평을 하는 것일까?

4대를 이 지역에서 살아오면서 나름대로 경기안택굿을 지켜오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경기안택굿보존회 고성주(남, 62세)씨. 그는 자신의 선대에게서 물려받은 안택굿을 지키기 위해 눈물 나는 노력을 하고 있다. 매년 봄, 가을로 벌이는 맞이굿판에서 늘 경기안택굿의 제차로 굿을 하고 있다.

또한 매년 경기안택굿 정기공연을 수원에 몇 채 남지 않은 한옥을 빌려 벌이고 있다. 경기도에서 유명한 굿은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경기도도당굿과 경기 안택굿인데, 경기안택굿은 아직 지역에서조차 지정을 받지 못해 전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내 대에 이 굿이 끊어질까 두렵다“는 말만 들어보아도 그의 마음이 어떠한 지 가늠이 간다.

같은 경기지역이라고 해도 한강 건너 노들과 수원 인근의 굿은 그 장단부터가 다르다. 이렇게 지역적으로 다양한 사설과 춤, 소리 등 복합예술로 표현되는 소중한 우리문화 유산인 경기안택굿이 그 맥을 잇지 못하고 있다. 굿은 총체예술이다. 하지만 두 번씩이나 지정신청을 내고도 부결을 당한 경기안택굿은 이제 단절을 눈 앞에 두고 있다. 가장 뛰어난 소리와 다양한 장단, 그리고 문서(사설)를 겸비하고 있는 경기안택굿이 단절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4대째 집안으로 이어진 경기안택굿을 끝까지 지켜보겠다고 노력을 하고 있는 한 사람과 불가라고 거부를 한 경기도. 대단한 예술성을 갖고 있는 경기안택굿이 단절된다면 우리는 이 시대에 지켜내야 할 무형의 문화유산을 지켜내지 못한 책임을 관계자 모두에게 물어야 할 것이다.

하주성 기자  rja4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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