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이 가까워지면 사람들이 변해도 어째 저렇게 변할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 평소에는 만나기조차 힘들던 사람이 언제부터 그렇게 나에게 친근했는지 모르겠다. 멀리서 보아도 쫓아와 인사를 한다. 그럴 때면 정망 황당하다. 왜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일까? 그저 평소처럼 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본인이 맡은바 할 일을 다 했다고 하면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있을까?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다. 수많은 공약을 쏟아낸다고 해도 그것의 진위를 판단할 수조차 없다고 생각한다면 잘못이다. 아무리 학연이고 지연이고 인연이고 간에 이제는 그런 것쯤은 판단할 수 있는 식견들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는 물론 줏대 없이 끌려가는 인간들도 많지만 말이다.

그래서 난 역대 인물 중 정조대왕을 좋아한다. 물론 이순신 장군이나 황희 정승 같은 뛰어난 많은 인물들이 있다. 그래도 내가 정조대왕을 좋아하는 것은 그의 정치철학 때문이다. 부패한 권력으로부터 백성을 위하고 백성들의 아픔을 스스로 알아내기 위해 격쟁(擊錚)을 벌였기 때문이다.

정조(正祖, 1752~1800, 재위 1777~1800)대왕은 조선 왕조에 들어와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세종대왕 이후 이런 임금은 오직 정조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특히 정조대왕은 18세기라는 어려운 시대상황에서 49세, 길지 않은 생을 살면서 많은 업적을 남겼고 왕도정치를 구현하기 위해 온 힘을 기울였다

조선은 부정부패가 많았던 나라이다. 지금과 별반 다를 바 없다. 어찌 보면 지금의 부정부패는 조선조의 유풍인가도 모르겠다. 정조는 부정부패를 뿌리 뽑으려고 암행어사를 지방에 파견했다. 그러나 암행어사가 부정을 저지르는 일이 많아지자 암행어사의 부정을 캐는 또 다른 암행어사를 뒤딸려 보내기도 했다. 이런 것들을 보면서 정조대왕이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간다.

정조는 수령을 임명해 현지에 보낼 때에도 개개인을 만나보고 오직 백성을 위한 정치를 펴도록 당부했다고 한다. 수령들이 지방의 실정을 상소할 일이 있으면 승정원을 거치지 않고 바로 왕에게 직접 보내게 했다. 이런 일 때문에 많은 고난을 겪기도 했지만 그만큼 백성들을 손수 보살피는 정책을 편 것이다.

이런 정조대왕의 마음가짐을 닮은 정치인이 있을까? 만일 그런 사람이 있다면 열일 젖히고 그 사람을 위해 뛰고 싶다. 다만 몇 사람의 정치인들이 정조대왕의 마음만 닮았다고 해도 국민들의 생활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인물이 있다는 믿음이 가지 않는다. 그저 당리당략과 본인의 영달을 위해 수많은 장밋빛 공약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치꾼이 아닌 정조대왕의 심성을 닮은 정치인이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고개를 숙이는 사람이 아니라, 진정 국민을 위해 고개를 숙일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하주성 기자  rja4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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