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당의 대표가 공관위의 공천을 비판하며 옥새투쟁을 벌이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김무성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에 맞서 공천권을 둘러싸고 벼랑 끝 권력투쟁에 나섰다. 대권주자로서 현역 대통령에 항상 꼬리내려왔던 김 대표의 그동안 행적을 볼 때 끝까지 자신의 주장을 관철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나 새누리당의 이러한 막장 공천드라마는 국민의 냉소만 불러올 뿐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24일 대구 동을 이재만, 대구 동갑 정종섭, 대구 달성 추경호, 서울 은평을 유재길, 서울 송파을 유영하 후보 등 5개 단수후보 추천 선거구를 무공천 지역으로 남기겠다고 선언하곤 도장을 들고 부산으로 내려가 버렸다. “후보 등록이 끝나는 25일까지 최고위원회를 열지 않겠다”고도 선언했다.

새누리당은 발칵 뒤집혔고, 일격을 당한 친박 최고위원들은 김 대표의 부재를 ‘유고(有故)’ 상황으로 해석하고 원유철 원내대표가 대표 권한을 행사한다느니 김 대표를 협박하면서 부산을 떨었다. 자칫하다간 집권세력 지도부끼리 공천을 둘러싸고 법적인 다툼을 벌여야 할 코미디가 벌어질 판이다. 나라꼴이 말이 아니다.

이런 사태를 불러온 일차적인 책임은 대통령과 친박이 공천 과정에서 진박(진실한 친박)을 심으려고 무소불위로 권력을 남용하는 ‘횡포’에 있다. 여론도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반대파를 제거하며 ‘독선’과 ‘오만’을 보였다. 이한구 공관위는 시종일관 대통령 눈치를 보며 공천 마지막 날까지 유승민 의원의 공천 심사를 미루며 고사작전을 펼치고 비박계를 학살하면서 진박을 전략공천했다. 참으로 비열하고 무책임한 작태가 아닐 수 없다.

공천 내내 대통령과 집권당이 친박과 비박으로 나뉘어 벌인 짓거리를 보면 안보, 경제 국가비상사태라면서 국회의장까지 동원해 직권상정을 하게 만들고 연일 북한의 남침위협을 강조하는 이들의 주장이 정치쇼에 불과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국가비상사태라면서 자신들은 끝없는 밥그릇 막장 드리마를 연출하는 모습에 국민들은 당황스러울 뿐이다.

공천에서 컷오프된 주호영 의원이 낸 공천 효력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진 것, 집권당 원내대표 출신 유승민 의원이 “(공관위 공천에 대해) 정의가 아니다. 민주주의가 아니다. 부끄럽고 시대착오적인 정치보복이다”라고 규정한 후 헌법 1조2항을 인용해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선언한 것에 이어 이번 김 대표의 옥쇄투쟁은 집권당의 공천이 얼마나 터무니없고 엉망이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동안 대통령과 집권여당은 경제위기, 안보위기, 모든 사회적 불안 국면에서 이 모든 것을 국정에 협조하지 않는 야당 탓으로만 돌렸다. 작금의 상황에서도 그러한 주장을 뻔뻔하게 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심지어 자신들의 핵심 지지기반인 대구경북과 강남에서도 진박들이 역풍을 맞아 경선에서 탈락하고 민심이 흔들리고 있다. 집권세력에 우호적인 보수 언론과 종편마저도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막장 공천드라마에 혀를 내두른다. 야당이 분열돼 과반은 물론 국회선진화법 무력화나 개헌에 필요한 180~200개 의석 확보까지도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인지 국민을 무시하는 새누리당의 오만이 하늘을 찌른다.

대통령의 유승민과 이재오 의원 등에 대한 집요한 정치보복, 대통령의 심기만을 눈치 보는 이한구 공천관리위원회, 3.15 공천학살 전후로 꿀먹은 벙어리마냥 자기 계파 공천만 챙기다가 뒤늦게 옥새투쟁하며 대권주자 이미지 관리하는 김무성 대표, 이들 모두 국가와 국민을 손톱만큼이라도 생각하는지 의문이다.

김 대표는 옥새투쟁을 하면서 “잘못된 공천을 바로잡아 국민에게 용서를 구하는 게 최선의 길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손으로 선거 개입하는 박 대통령, 친박 감별사로 삼류정치를 선보인 최경환, 막말 공천 개입한 윤상현 의원 등은 공천파행으로 나라를 위기로 몰아넣은 것에 대해 함께 국민에게 용서를 빌어야 한다.

조백현 발행인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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