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원내1당으로 올라서고 16년 만에 여소야대가 재연된 것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심판으로 봐야 한다. 불과 122석의 의석만을 허락하고, 특히 수도권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당시보다도 더욱 심하게 새누리당을 응징한 의미에 대해 대통령은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그동안 박 대통령은 경제민주화라는 대선공약을 팽개치고 친재벌 정책을 몰아붙이며 서민의 삶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대책도 없이 기업이 자유롭게 노동자를 해고하거나 비정규직을 만드는 노동악법을 노동개혁이라고 포장해 통과시키려 했다. 전략산업 육성이나 재벌개혁과 부실기업 정리를 중심으로 한 구조조정, 고용과 임금의 안정을 통한 내수시장 육성이 아니라 힘 약한 서민만 더 쥐어짜는 이런 식의 저차원적인 접근 방식으로는 한국경제의 진정한 발전은 있을 수 없다.

하루아침에 개성공단을 폐쇄해 수만명을 길거리로 내몰았으며, 국정교과서 일방 추진, 직권상정, 테러방지법과 사이버테러방지법 추진으로 국민의 사생활과 의식 통제 등 민생과 민주주의, 남북관계를 파탄내는 해서는 안 될 일만 해왔다.

박 대통령과 그를 따르는 정치적 친위대 친박 세력은 공천 과정에서 이한구 공관위원장을 내세워 상향식 공천을 무력화시키고 전략공천이라는 미명하에 비박 학살의 전횡을 저질렀다. 멀게는 배신자를 심판하라며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의 자유의지에 의해 선출한 당의 원내대표를 축출하는 폭거를 저지르기도 했다. 야당이 분열돼 있는 상황을 이용해서 제멋대로 해도 누가 저지하지 못할 것이라는 오만과 독선으로 국정을 운영해 왔다.

4.13총선에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에서 특히 강남과 대구 등 대통령의 텃밭에 이르기까지 국민이 표로 심판한 것은 이렇듯 대통령이 해도 너무한다는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경제 실정과 민생파탄의 책임을 항상 국회와 야당의 탓으로 돌리는 비겁한 정치를 그만 두라는 경고이자 진박(진실한 친박)을 국회로 보내달라는 대국민 겁박에 대한 대답이다.

대통령이 국민의 삶이 벼랑으로 내몰리는 상황에서도 진박 후보가 출마한 접전 지역만을 골라 창조경제센터 방문한다며 사실상의 선거운동을 하러 다니고 투표 당일에도 빨간 옷을 입고 나타나 속보이는 정치개입을 하는 것에 대해 국민들이 동의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대단한 착각이다.

대통령이 친박과 그들만의 기득권 집단을 위한 국정운영이 아니라 나와 우리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국민이 인정했다면 이번 총선의 결과가 집권여당에 이토록 참혹하게 나타나진 않았을 것이다. 국민의 눈에는 대통령이 머슴이 아니라 군림하는 상전이요 권력자라는 인식만 들뿐이다.

이제 총선을 통해 국민의 뜻을 분명히 확인한 이상 대통령은 지금껏 해온 국정기조를 전면적으로 바꾸고 청와대와 내각의 대대적인 인적쇄신을 단행해야 한다. 재벌이 아닌 서민 경제, 독재가 아닌 민주주의, 오만과 독선이 아닌 겸손과 소통, 예스맨이 아닌 국민의 목소리를 가감없이 전달하고 쓴 소리를 할 수 있는 소신있는 인물로 대폭 교체하길 바란다.

총선 결과의 민의를 혹시라도 대통령이 뭉개고 지금까지와 같은 내용과 방식으로 밀어붙이려 한다면 여소 야대 국회와 국민의 저항을 받아 레임덕만 가속화시킬 뿐이다.

조백현 발행인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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