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TV 방송 캡처)

박근혜 정부의 무책임한 경제정책이 총선 패배로 수술대 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여소야대의 변화된 국면에서 야당이 과거 정부의 일방적인 재벌 특혜 방식의 기업 구조조정이 아닌 근본적인 구조 개혁 조치를 강조하면서 이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는 총선을 앞두고 전체 기업의 1/10에 달하는 한계기업 정리와 산업재편 등 한국경제 체질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는 도외시한 채 국책은행을 통한 무분별한 한계기업 지원에 이어 최근에는 양적완화로 한국은행이 돈을 찍어 경제활성화를 꾀한다는 정신 나간 짓거리로 일관해 왔다. 이 무능력한 정부에 전적으로 대한민국의 운명을 맡겨서는 2% 초반의 낮은 성장률과 천문학적으로 커져만 가는 기업, 가계, 정부 부채에 언제 무슨 사달이 벌어질지 모를 일이다.

그동안 한국경제를 이끌었던 조선·해운·석유화학·철강·건설 등 재벌 중심의 중후장대형 산업은 과잉생산과 중국 등의 추격으로 경쟁력을 잃어왔다. 조선업종 한 개의 부실기업에 예컨대 수조원의 자금을 지원하면서 연명시키는 동안 금융기관은 부실화되고 한국경제는 곪아 가며 경제위기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한계기업 정리와 인수 합병, 산업 재편 등은 이미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의 문제가 됐다. 과감한 선제적 구조조정이 지체될수록 시한폭탄을 제거하는데 드는 사회적 비용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회의에서 김종인 대표가 “IMF 사태에서 겪었던 것처럼, (현 정부의) 부실기업에 돈을 대서 생존을 연장시키는 식의 구조조정은 다시는 반복해서는 안 된다. 지나치게 과잉 시설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과감하게 털어내고,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을 하는데 노력해야 한다”면서 한국 경제의 근본적인 구조조정을 강조한 것은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할 만 하다.

그러나 문제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많은 노동자들의 실업과 이로 인한 개인과 가족의 삶이 뿌리째 뽑힐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우리 사회는 1997년의 IMF 사태와 2008년 쌍용차 정리해고, 2011년 한진중공업 대규모 해고로 그 참상을 충분히 겪어왔다.

과거 구조조정 과정을 보면 정부는 한계기업 선정과 인수·합병 과정에 깊숙이 개입하면서 혈세를 지원하거나 금융권에 부담을 안기면서 기업(특히 재벌)의 부실 책임을 사회적으로 전가시키는 방식을 써왔다. 부실을 자초한 기업의 대주주나 경영진은 책임지지 않고 인수하는 기업은 특혜를 받는 반면 재정지출과 대량해고를 통한 국민과 노동자에게만 희생을 강요해 왔다.

그러나 기업 구조조정과 산업재편 과정에서 과거와 같은 방식의 정부와 재벌 등의 부정한 거래가 더 이상 용납돼서는 안 된다. 앞으로는 구조조정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를 위한 구조조정인가가 화두가 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구조조정에 앞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실업 문제 등에 대한 대책과 사회안전망을 촘촘히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21일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파괴적·퇴행적 구조조정이 반복되지 않도록 ‘구조조정 과정의 법적 책임성과 투명성을 높일 것’과 ‘구조조정에 따른 종합적 민생대책 마련’을 촉구한 것은 주목할 만 하다. 심 대표의 문제의식은 산업은행과 금감위 등 금융당국이 부실 규모나 지원 내역과 절차 등 구조조정과 관련된 정보를 시장과 국회에 제공할 수 있도록 ‘기업 구조조정 특별법’을 개정해야 하며, 노동자나 중소하청기업을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한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사회안전망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계기업 구조조정과 산업재편, 한국경제를 살릴 정책대안 모색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여·야·정은 머리를 맞대고 일자리 나누기, 실업수당 지급기간 연장, 전업교육 강화, 기업 정상화 후 재고용 등의 실질적 대책에서부터 혈세 투입한 기업의 사회화, 최저임금 인상, 법인세 인상, 세금체계 개편과 복지강화 등 중장기적 과제에 이르기까지 구조조정과 한국사회 정상화를 위한 방안을 내놔야 한다.

이에 앞서 새누리당은 노동자 보호와 사회적 양극화 해소를 통한 대한민국 살리기에 협조하기는커녕 쉬운 해고와 비정규직 증가만을 노리는 파견근로자보호법을 포함한 노동개악 4법을 기업 구조조정 협상 테이블에 올려 반드시 함께 처리하겠다는 재벌에 기울어진 못된 입장부터 철회하길 바란다.

조백현 발행인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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