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살던 동네는 현대식 주택이 밀집된 주택가였다. 최근 그곳을 둘러보니 그 일대가 골목형 전통시장으로 변해 있다. 30년 전쯤 누군가 그 지역의 특산물을 내다 팔면서 상인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 길목에 점포가 들어서고 점포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다른 길에 비해서 대로가 넓고 골목마다 주택가가 밀집해 있어 다니는 사람들이 많았다. 큰길에는 대형 단지 아파트가 있고 아파트의 상가건물이 있었다. 현재는 상가건물 옆으로 지상 6층의 쇼핑타운이 시장과 연결되어 있는데, 시장이 오히려 장사가 잘돼 쇼핑타운이 여러 차례 부도가 나곤했다. 시장길을 따라 유동인구가 많은 편이라 오가는 인파에 밀려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지리적으로 좋은 여건을 가지고 있는 시장이기는 하지만 상인들의 끊임없는 노력이 없었다면 잘 되는 시장으로 남아있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시장 시설 현대화 개선 사업으로 아케이드 설치, 도로정비, 간판정비가 시장 분위기에 맞도록 정비되어 있어 쾌적하고 깨끗하다. 장을 보는데 불편함이 없으며 상인들이 고객을 맞는 준비가 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어 대접받는 기분이 든다.

단편적으로 어묵 꼬치를 파는 상인은 요리사처럼 모자를 쓰고 흰 가운으로 입고 생기 넘치는 모습을 풍기며 고객을 맞이한다. 어묵 꼬치, 국물을 마시는 컵과 상인의 가운에 세련되게 디자인된 시장 고유의 브랜드가 찍혀있는 로고가 있어 천 원짜리 어묵을 먹으면서도 고급스런 느낌이 든다. 이 시장은 지난 설에 대통령이 방문한 시장으로도 유명하다.

기자는 대형할인점을 경제적인 이유와 시간절약을 위해 자제하는 편이다. 마트에서 장을 보면 십만원은 우스운 돈이 되고, 넓은 매장을 이동하다 보면 2시간은 훌쩍 간다. 그리고 마트 주차장에서 생겨나는 여성 대상 범죄로 편치 않다. 그런저런 이유로 주로 집 근처 시장과 슈퍼에서 그날 필요한 장을 본다.

미혼 여성들과 젊은 주부 사이에서 '미니멀 라이프'라는 새로운 생활방식이 유행처럼 퍼지면서 대형할인점에서 사재기하듯 쇼핑하는 행위로 바뀌고 있다. 이처럼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은 머물러있지 않고 민감하게 계속해서 변한다.

전통시장들은 침체에 대한 일률적인 응급처치 방식으로 시설 현대화 사업을 획일적으로 제안하고 있다. 획일화된 간판정비 사업으로 전통시장의 본연의 모습을 상실하여 되려 재정비사업을 하는 곳도 있다. 시설에 대한 부분이야 당연히 개선되어야 하지만 ‘사람’이 중심에 없는 시설 현대화 개선 사업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여기서 ‘사람’이란 그 시장을 꾸려온 상인과 함께해온 지역주민과 앞으로 지역을 함께할 주민을 말한다.

시장은 상인의 것만이 아니다. 시장마다 지역의 주민들과 함께 일궈냈던 지리적, 사회문화적인 특성이 존재하고 있다. 그 흐름을 면밀히 분석해서 사람을 중심으로 한 ‘그 시장만의 특화되고 차별화된 시장 문화 만들기'가 필요하다. '상품+사람+서비스의 융합 프로젝트'로 각 시장 본연의 정체성은 무엇인지 찾아내어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화된 시장 문화 만들기에 동참하여 고객에게 흥미를 유발하고 시장의 상생을 위해 변신을 거듭하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해야 할 때이다. 앞으로 시장마다 ‘특유의 향기'를 내는 ’시장문화 만들기‘가 숙제이다.

신진우 기자  d973306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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