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재벌 트럼프가 3일(이하 현지시간) 끝난 인디애나주 경선에서 과반수를 훨씬 넘는 압승으로 사실상 미 공화당의 대선주자로 확정됐다. 11월 8일 미 대선 본선에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맞대결이 예상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 중 트럼프의 지지도가 더 높은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니, 이러다간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세계인들은 총과 대포, 전투기 등 살상무기의 동원만 없었을 뿐 그의 폭력적이고 차별적인 주장을 접하며 흡사 나치 히틀러의 부활을 연상할 정도였다. 트럼프로 인해 ‘세계의 경찰’이자 ‘인권’과 ‘민주주의’ 국가라고 인식돼 온 미국의 정체성에 대해 ‘과연 그러한가’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트럼프는 인종·종교·성 차별적인 막말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해왔다. 미·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쌓아 무슬림 입국을 봉쇄하겠다고 하는가 하면, 테러를 막으려면 물고문보다 더 센 것도 필요하다, 반대파를 때려라 소송비는 내가 댄다는 식이다. 인류가 그동안 피 흘려 쟁취해 낸 보편적 가치는 그의 입이 열릴 때마다 하나씩 상처를 입었다.

그는 중국 수입품에 45%의 관세를 매겨 미국의 무역 이익을 지키겠다고 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까지 폐기해 재협상에 나서겠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특히 한국이 안보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면서 현재 주한미군 주둔비용의 절반인 9200억원을 내고 있는 우리에게 100% 전액 부담을 요구했다. ‘북한과 전쟁이 일어나면 그건 그들의 문제’라거나 ‘북한의 핵위협에 맞서 자체 핵무장을 하라’며 국제적인 핵 비확산 노력을 무시하고 있다. 이쯤 되면 전통적인 우방 관계를 깨자는 것이거나 자신들의 잇속을 더 챙기기 위한 노골적인 압박에 다름 아니다.

문제는 이러한 그의 막가파식 주장에 대해 사회적 양극화로 삶의 질이 갈수록 악화되어 가고 있는 가난한 백인 하층민이 강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빈곤과 실업의 절망에 빠진 대중이 왜 현재와 같은 암울한 현실이 됐는가에 대한 본질을 자각하지 못한 채 이민자와 여성, 타국에 대한 경쟁과 적대, 증오를 부추기는 트럼프의 선동에 속절없이 넘어가고 있다.

트럼프는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개인적 욕망을 달성하기 위해 인간의 이기심과 자국 중심주의, 애국심을 교묘히 이용했다. 심지어 그는 월가를 중심으로 한 초국적 금융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며 세계화와 자유주의를 추구해 온 공화당 주류의 이념을 거부하고 무역장벽과 보호주의를 주장하며 대중의 정서에 영합한다. 자신들의 이익에 균열이 생기고 세계질서의 혼란을 우려해 그의 정치적 부상을 막으려는 미국 보수세력 조차 자극적인 선동으로 대중을 사로잡는 그를 막을 수가 없었다.

트럼트가 공화당의 후보가 되고 미국의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이제는 이를 인정하고 우리의 입장을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트럼프는 집권하게 되면 기업가적 계산과 극단적인 자국 이기주의로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하는 우리에게 통상압력을 가하고 안보 분담금 증가를 요구할 전망이다. 트럼프의 등장과 이것이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쳐 왜곡된 보수주의로 나아가게 될 미국의 흐름을 주시하면서 세계와 한국에 미칠 영향에 대한 분석과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조백현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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