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다보면 나이를 먹기 마련이다. 나이를 먹으면 괜히 남의 집 잘난 자식들이 탐이 나기도 한다. 그렇다고 유명 연예인은 언감생심 이름도 꺼내지 못한다. 괜히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젊은이들이 마음에 들면 속으로 ‘저런 아들 하나’ 혹은 ‘저런 딸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는 것은 나이를 먹어가며 주책이 시작되기 때문인가 보다.

하지만 그런 욕심을 주책으로 몰아가기에는 아직 일할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을 한다. 다만 마음에 드는 젊은이가 나하고 인연이 없다는 것이 조금은 서운하기도 하다. 딱 “내 딸이었으면”하는 젊은이를 만나면 그런 생각이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취재 때문에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하는 직업을 가져서인가, 문득 그런 생각을 하지만 그저 혼자만의 생각일 뿐이다.

천지수(여, 27세)라는 젊은 작가를 만나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그동안 여러 차례 작가들의 전시 및 체험장에서 만났지만 아직 한 번도 얼굴을 붉히는 것을 보지 못했다. 언제나 환한 미소로 사람을 반긴다. 처음에는 그저 “윗사람에게 인사성이 참 밝은 젊은이로구나”라는 생각을 했지만, 천지수 양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듣다보면 젊기 때문이 아니라 천성이 워낙 착한 젊은이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림을 그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영도 배우고 싶어요

천지수 양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우리 사회가 이런 젊은이들로 인해 앞날이 밝아질 것이란 생각이 든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천지수 양은 대학원에 들어가서는 예술경영을 전공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어머니(작가 임정민)의 영향을 받아 그림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나이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대요. 그저 어머니의 그림 그리는 것을 보고 따라한 것이죠. 그렇게 어려서부터 그림을 좋아했어요. 그런데 대학을 마치고나서 그림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미술경영 등에 대해 더 많은 공부를 하고 싶었어요.”

천지수 양은 그렇다고 그림 그리는 것을 소홀히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자신이 그림을 그려왔고 그림은 자신의 일부분이 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만, 그림도 열심을 내야 하지만 이왕이면 경영을 공부해 모든 예술가들이 대우를 받는 그런 풍토를 조성하고 싶다고 한다. 지금은 미술부문이 유명세를 탄 작가들 외에는 모든 예술가들이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영이 더 필요한 시기란 생각이 들었단다.

천지수 양, 젊은이지만 생각하는 것이 당차다. 어려서부터 어머니의 그림 그리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그림을 접했다고 하지만, 어려서부터 그림에 소질이 있었던 것은 대물림을 한 재능 때문인 듯하다. 그림을 그리면서도 딴 학생들과는 달랐다는 것이 지수양이 일반 젊은이들과 남다른 면이다.

어머니를 먼저 생각하는 효녀, 천지수 양

한 마디로 천지수 양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세상에 이런 젊은이가 있었네”라는 생각이 든다. 나이는 어려도 생각하는 것은 어른들을 뺨치기 때문이다. 지수 양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동안 곁에서 보고 있던 어머니 임정민 작가가 지수 양은 어려서부터 남달랐다고 말을 거든다. 다른 아이들과는 생각하는 것부터 딴판이었다는 것이다.

“지수는 어려서부터 딴 아이들과 많이 달랐어요. 그동안 미술전 같은 곳에 여러 번 출품을 했는데, 상을 받기 위해서 작품을 제출하는 것이 아니라 상을 타면 부상으로 받는 상금 때문에 출품을 했다고 해요. 나이가 먹어 공부를 하고 있는 저를 도와줄 수 있다고 생각을 한 것이죠. 벌써 몇 번이나 그렇게 출품을 하고 수상 상금으로 저에게 도움을 주고는 했어요.”

천지수 양은 충청세계미술대전 최우수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해 나혜석 미술대전(수원미술관) 입상, 국토해양환경미술대전(서울시립경희궁미술관) 특선 등을 수상했다. 그동안 평택호 미술관에서 제1회 개인전을 연 후, 지난해에는 수원 아름다운 행궁길 갤러리에서 2회 개인전을 열었다. 경영을 전공하면서도 그림 그리는 것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는 말처럼 늘 부지런히 공부하면서도 그림에서는 손을 떼지 않고 있다.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해 나가는 당찬 젊은이

“이번에는 무슨 책을 내는데 삽화를 그리기로 했대요. 대학원 등록금 때문에 걱정을 하더니 학자금 대출을 안 받아도 되겠다고 좋아하더라고요. 나이는 어려도 마음 씀씀이는 애 늙은이가 된 것만 같아 가끔은 마음이 편치 않을 때도 있어요.”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젊은이. 부모에게서조차 자신의 배움에 도움을 받지 않고 해결하려는 그런 의지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지수 양의 그림에는 유난히 말이 많이 등장한다. 일반적인 말이 아니라 회전목마를 그리는 것이다. 지수 양이 생각하는 회전목마는 단순히 유원지나 어린이공원에 있는 그런 기구로서 사람을 태우는 말이 아니라고 한다.

“제가 생각하는 회전목마는 단순한 놀이기구가 아닌 현대사회를 치열하고도 숨 가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휴식처가 될 수 있는 말을 상징하죠. 예쁜 말 ‘목마’ 그 자체가 아닌 사람으로 의인화를 시킨 것입니다. 즉 이 치열한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말하고 싶어요. 이 회전목마는 그렇게 치열하게 삶을 살아야 하는 현대인들의 휴식처가 되는 것이죠”

앞발을 높이 쳐들고 금방이라도 뛰쳐나갈 것만 같은 그림속의 회전목마들은 어찌 생각하면 지수 양 스스로가 앞으로 달려가고 싶은 욕망을 내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힘차게 달려 나가고 싶은 마음속의 욕망이 그림으로 표출된 것은 아니었을까? 16일 이른 시간 평소차림으로 만난 지수 양과의 대담을 마치고 한 마디 한다. 처음부터 하고 싶은 말이었다. 참고 또 참다가 한 말은 “지수 양 우리 수양딸 할래?” 였다.

하주성 기자  rja4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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