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이 그러하듯 도자기도 다가 갈수록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다. 나는 도자기를 주업으로 하면서는 생활자기를 만들며 생활고를 해결하는 사람이다. 어느 날인가 문득 나이 더 먹은 후에도 지금처럼 생활자기만 하면서 살기 싫은 생각이 들어 다른 그 무엇인가로 전환하기 위해 지금부터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났다.

지금 생각해도 참으로 기특하고 착한 생각을 해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여러 가지를 생각 하다 다기(茶器)를 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나름대로 잡지에서 보고 만든 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도 민망하고 유치한 졸작이었음에도 당시에는 차사발이 별것 아니구나! 쉽게 치부하고 지낸 시간이 있었다.

얼마인가 세월이 지난 후에 도자기 행사장에서 차를 마시는 광경을 보고는 뭐, 저렇게 복잡하게 해야 하는 거야? 라는 의문이 들면서 웃어넘겼다. 그 후 다기에 티백녹차를 넣어 먹고 있는데 누군가가 차를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웃으며 “그럼 커피도 배워야하겠네” 하고 넘겨버렸다. 참으로 어리석은 생각이었지만. 그런데 작업 하는 중에 자꾸 차 마시는 모습이며 차는 배워야한다는 말이 생각이 났다.

점점 생각이 깊어지기 시작해서 어느 새인가 나는 차를 공부하고 싶은 마음에 이르러 여기저기로 다니며 차인으로 도예가로 10여년을 바삐 다녔다. 생각해보면 대충 만들고 개밥그릇이니 막사발이니, 이게 뭔데 이리도 귀한 것일까? 하면서 작업하던 내 모습을 돌아보면 그 시간이 너무도 민망해진다.

다기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다도(茶道)”라는 것이 뭔지, 다기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아야 할 것 같은 생각에서였다. 차사발의 흙이 일반 도자기를 만드는 흙과는 다르다는 것, 크기, 무게 등의 사발의 약속, 사발의 감상 하는 법 등 내용은 일본인들이 사용하던 글을 옮긴 것이 대부분이었다. 차사발의 마력은 한 시대의 역사가 함축되어 녹아 담겨져 있는 고도의 상징적인 보물이라는 점에 있다. 일본은 차사발 위에 세워진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무심이니 무작위니 하면서 잡기설을 늘어놓은 것을 이해할 것도 같다 .

정제된 미, 절제된 미, 와비(侘び). 수많은 차 도구, 차 사발 중에 유독 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으면서 ‘이도다완’이니 ‘정호다완’이니, 멧사발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며 우리나라에서 태어나서 일본의 이름을 갖고 있는 이도다완은 더욱 재미있다.

그리고 일본에 있는 유명한 사발은 거의가 주문사발이라는데 유독 동시대에 있었음에도 이도다완만 가져온 사발이라 하여 당시시대의 다른 파사발과는 다르게 표현되어 있다. 아마도 남부지방의 당시의 왜관 근처 어느 사기장의 집에서 사무역을 하던 사람이던지 아님 일본의 어느 다두(茶頭)가 일본의 주문서를 들고 와서 몇 가마 구워갔다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70~80년대 까지만 해도 일본인들은 도자기를 주문하면 가마 단위로 모두를 가져갔다. 현대에도 우리나라 도자기를 좋아하는데 그 당시 16세기경에는 어떠했을지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유명세의 맨 위의 이도다완도 역시 주문사발 일 것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의견이다. 우리나라에 파편조차도 보기 힘든 사발, 이도다완이 서민들 사용하던 밥사발이며 잡기였다면, 지금도 우리나라 이도다완을 구웠다고 하는 곳이면 어디든 골목마다 마을 어귀마다 여기저기 서민의 생활의 흔적으로 남아있을 텐데 그 파편조차도 귀하다. 주문해서 모두 가져갔기에 파편도 구하기 힘들다는 게 가장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방법이 어찌어찌했든 주문해서 모두 가져간 사발, 그래야 앞뒤가 맞는 것 아닌가 한다. 오늘도 작업장에서 흙과 놀며 한 생각에 빠져본다.

심인구(국제평화예술연합회 회장/우현도예연구소 대표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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