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환경운동연합)

때론 북한 핵보다 더 무서운 것이 대한민국 원전 정책이다.

지난 5일 울산 동구 동쪽 해역 52킬로미터 지점에서 진도 5.0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부산, 울산, 경남북은 물론 전국에서 상당수의 국민이 공포에 휩싸였다. 몇 년 전 규모 9.0의 일본 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원전의 참상을 TV로 실시간 시청했던 국민들은 지진과 원전사고가 함께 연상될 수밖에 없다.

국민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건 정부의 원전 정책이 도대체가 미덥지 않기 때문이다. 부산 고리 원전과 경북 월성 원전에 원자로만 무려 13기를 몰아넣으며 세계 최대 원전 밀집지역을 만들어놨고, 두 원전 단지 반경 50km 이내 도시에 600여만 명이 살고 있다. 특히 부산, 울산, 경주 인근, 경남 등 동남부 지역은 지진이 일어나기 쉬운 활성단층이 60여개 이상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23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신고리 5, 6호기 건설을 문제없다며 승인해주기까지 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고리원전의 경우 규모 6.5 지진, 신고리 원전은 규모 6.9 지진에 견딜 수 있게 설계됐다고 국민을 안심시키지만 안전하다고 믿는 국민은 거의 없을 듯하다. 우리는 이미 세월호 침몰 당시 “괜찮으니 객실 안에 있으라”고 속인 선장과 부실한 안전점검과 무책임한 구조로 일관한 뻔뻔한 정부의 민낯을 충분히 경험한 바 있어 안전과 관련한 정책당국의 말에 대한 신뢰가 없다. 신고리 5, 6호기 건설허가 심의 과정에서 육지 활성단층은 지진재해 분석에서 배제되었고 이번에 지진이 발생한 해양 활성단층은 조사하지도 않는 등 원전 정책의 부실 혐의는 이미 농후한 상태다.

한국지진공학회 등의 지진 전문집단이나 환경단체 등이 한반도에서 규모 7.5정도의 강진이 발생할 수 있고, 역사적으로도 조선왕조실록에 규모 7 내외의 강진 사례가 많이 있었다고 경고해도 자신들의 이익이 걸려있는 원전마피아들에겐 소귀에 경읽기이다. 이쯤 되면 핵을 개발해 우리를 위협하는 북한이나 지진이 일어나기 쉬운 지역에 세계 최고 밀집도의 원전설비와 거주민을 몰아넣는 정책당국이나 위험스런 존재이기는 마찬가지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2021년 3월 신고리 5호기, 2022년 3월 신고리 6호기를 각각 준공하기로 하는 등 앞으로도 원자력 설비를 계속 확충할 계획이다. 만약 앞으로 규모 7이상의 강진이 이들 원전 밀집지역에서 발생한다면 그 참상은 생각하기조차 싫고, 대한민국은 아마도 이로 인해 망해버릴 지도 모른다.

언제까지 우리가 한국수력원자력, 원자력안전위원회, 정부, 토건 대기업과 같은 원전마피아들의 담합으로 사실상의 핵폭탄을 껴안고 살면서 지진의 공포에 떨어야 하겠는가. 더구나 지난해 여름 전력예비율은 16%이상을 기록했고, LNG발전소는 가동을 멈췄거나 50%정도의 가동률을 보이는 등 지금은 전력이 남아돌아 원전이 필요한 시기도 아니다.

당장의 편의에 의해 원전 설비를 늘려 나가 미래의 재앙을 야기할 것이 아니라 차세대 산업인 지속가능한 에너지에 대한 연구개발과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핵은 늘릴 것이 아니라 줄여야 할 위험 물질이고, 원전 주변의 활성단층에 대해서는 엄밀한 조사가 필요하고, 만약의 사고에 철저히 대비하는 것이 우리의 기본 원칙이 되어야 한다. 정부가 신뢰할 만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거꾸로 가는 에너지 정책과 무사안일한 행정만 펴니 국민의 안전이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조백현 발행인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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