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산업학과, 시계 쥬얼리 학과, 도미노 피자 학과 들어 보셨어요? 진로나 직업에 대해 중, 고등학생들이 정말 몰라요. 학교 공부만으로는 자신의 진로 찾기 힘듭니다.”

‘드림세움연구소’의 전현희 직업 큐레이터를 만났다. 현재 연구소에서는 7명의 연구원들이 진로 프로그램 개발, 교재 집필, 학교별 맞춤 수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중학교 1학년 자유학기제가 전면 실시되면서 진로 수업에 대한 요구가 늘어났다. 찾아가는 진로 교육을 학생들에게 직접 실시하고 있다는 드림세움연구소는 ‘가치관 세움’ ‘진로 세움’ ‘직업 세움’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재미있었던 진로 수업 하나를 소개해달라고 했다.

“최근에 화성의 비봉 중학교에서 ‘진로 패션쇼’를 했어요. 학생들이 개별적으로 다중지능검사를 한 다음 자신의 다중지능을 찾아요. 그런 다음 그 유형에 해당하는 유명인을 찾아 봐요. 또한 직업과 연상되는 옷을 만들어서 패션쇼를 하는 거예요.”

강의식 진로교육이 아닌 참여하고 소통하며 학생들 스스로 깨닫도록 하는 시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 두 번의 짧은 수업만으로 학생들의 진로 인식이 달라진다고 한다. 심지어 꿈이 없던 학생들도 ‘저 00에 관심이 생겼어요. 00을 해보고 싶어요’ 라고도 말한다. 보통의 중·고등학생들은 알고 있는 직업이 많아 봐야 20개~50개도 안된다. 세상의 모든 일이 직업인데 실제로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를 잘 찾지 못한다. 직업 큐레이터는 학생들이 잘 하고 좋아하는 것을 찾아낸 후 그에 맞는 진로 및 직업을 소개해주는 일을 한다. 수업 때 활용하는 진로 카드는 200여개의 직업이 있지만 실제 사회에서는 1-2만개 이상의 직업이 존재한다.

“진로인식도 사회, 경제적인 경험 정도에 따라 격차가 달라져요. 경기 북부 쪽의 학교에 갔을 때 많은 학생들이 돈 많이 버는 직업이나 행복한 결혼을 위해 일한다는 의견이 많았어요. 하지만 좀 더 경제적 여건이 좋은 지역에서는 도전, 흥미, 모험을 위해 자유로운 일을 선택하며 돈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할 거라는 대답이 많았죠.”

궁금한 것 중 하나는 어릴 때 진로 및 직업 검사를 하면 효과가 있을까라는 점이다. 성인이 된 사람 중 어릴 때 원하던 꿈과 진로대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겠는가.

“적성검사는 결국 내 생각의 정리일 뿐이에요. 무에서 유가 창조된 게 아니죠. 내가 생각하는 게 이미 정리된 것일 뿐 참고용이에요.”

검사 결과를 참고하되 학생들 개개인의 개성과 특성을 살리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정답에 길들여진 아이들이 자신의 의견과 생각을 말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뇌가 활성화되고 생각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말을 많이 하고, 토론해야 하는데 말을 하지 못한다. 틀릴까봐 두려워서다. 실질적으로 교사들은 진로에 대해 정보가 부족하고, 학생들 개별 맞춤 진로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도 학교별 예산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진로에 관심을 갖고 자신의 꿈을 찾아나갈 수 있을까. 전현희 직업 큐레이터는 한 가지 방법을 추천한다.

“드라마를 본다고 해봐요. 연기자, PD, 작가, 조명감독, 연예인, 매니저, 카메라맨, 기술감독 등이 필요하죠. 지금 앉아 있는 의자도 분명 가구 디자이너가 만들었겠죠. 공장에서 생산자가 필요하고, 운송하는 트럭 운전사, 유통을 담당하는 사람이나 마케팅 업무가 있어야 해요. 물건 하나를 보더라도 혹은 어떤 장소를 가더라도 ‘직업’과 연결시켜보는 거예요.”

전현희 직업 큐레이터는 “꿈이 없었던 아이들이 꿈이 생기고, 목표가 생기는 것을 볼 때 그리고 기운 없이 멍하니 있던 아이들이 눈이 반짝반짝해질 때 보람 있어요”라고 말한다. 아이들은 어쩌면 “너도 할 수 있어, 앞으로 네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함께 찾아보자!” 라는 말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저작권자 © 뉴스타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