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예쁘다. 이보라미. 플로리스트가 된지 15년이 된 이보라미 씨는 명품백보다 꽃을 좋아한다. 벌써 비오는 날이면 손목이나 어깨까지 아프다. 십 수 년 가위질을 하였기 때문이다. 현재 이보라미 씨는 미혼모 지원사업을 위한 직업훈련학교에서 화훼 기술을 가르친다. 꽃으로 사업을 하여 크게 성공할 수도 있지만 본인은 재소자나 미혼모, 학생 등 기술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재능기부 할 때가 가장 즐겁다고 한다.

“어릴 때 생각해보면 엄마가 꽃을 많이 키우셨어요. 아버지는 난이나 분재를 좋아하셨죠. 대학에서 관광경영을 전공했어요. 졸업 후 스물 한 살 백화점에서 아르바이트 하는데 호텔의 꽃 장식을 본 거에요. 크리스마스 시즌이었는데 우연히 원데이 클래스로 크리스마스 풍의 꽃장식을 배웠어요. 단 한 시간의 꽃 수업이었지만 정말 강렬함을 느꼈어요. 바로 모든 걸 접고 꽃을 배웠죠.”

이후 한결같이 꽃과 사랑에 빠졌다. 작년에는 심지어 해외 플로리스트 자격증인 AIFD까지 따기 위해 출산 후 혼자 미국에 가서 시험을 보았다. 국제공인 플로리스트이며 유명 플라워 잡지에 매달 자신만의 작품을 선보이기도 한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울의 유명 호텔에서 소규모 웨딩, 파티, 잔치 등의 꽃장식을 담당하는 사업을 하였고 굉장히 성공적이었다. 플라워사업을 하면서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 몇 가지를 이야기해 주었다.

“호텔에서의 돌잔치였어요. 30분전 꽃 장식을 세팅해 놓아야 하는데 비가 많이 와서 1시간이나 늦은 거예요. 그날 저는 계약자와 약속을 어겼기 때문에 모든 잔치의 밥값을 계산한 적 있습니다. 서비스 마인드죠. 그래서 몸이 힘들어요. 돈도 못 벌고요.”

“플라워 숍 앞에 경찰서가 있었어요. 경찰서는 좀 험악하잖아요. 사실 꽃이 많으니까 경찰서에 갖다 드렸거든요. 일 년 동안 꾸준히 했더니 그해에 경찰서장님이 감사장을 주시더라고요. 뭐 상 받으려고 한 일은 아니지만요. 특전사 부대도 있었는데, 여군들이 의외로 꽃을 많이 샀어요. 힘들고 거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사실 꽃을 더 많이 봐야 해요!”

자신의 삶을 사랑하며, 일도 즐겼지만 도저히 출산 후에는 아이를 돌보아 줄 사람이 없어서 부득이 사업을 접어야했다.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던 30대에 허탈감이 컸을 듯하다. 그렇지만 꽃을 곁에 두는 삶을 놓지 않고 있다. 그녀에게 꽃이란 어떤 의미일까?

“사람들은 꽃이 비싸다는 편견을 갖고 있죠. 명품 백 하나 수백 수 천 만원도 하고, 옷 한 벌 사려면 수 십 만원 하고, 커피 한 잔 사먹는데도 4-5000원 들잖아요. 아름다움은 소유가 아니라 현재를 느끼는 것 아닐까요? 꽃은 지금의 아름다움을 눈으로 마음으로 담아둘 수 있게 만들어요.”

이보라미 씨는 평생 한 길만을 고집하면서 자신만의 디자인을 끊임없이 만들어낸다. 명화를 보고,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도 영감을 얻는다. 화려함보다는 작고 소박한 디자인을 추구한다. 독특한 꽃 디자인 때문인지 다른 플로리스트 강사가 디자인을 따라하여 화가 난 적도 있다. 하지만 세상에 고유한 것은 하나도 없다. 창작과 모방은 반복된다고 생각하니 마음 편하다고.

꽃은 시들기 때문에 아름답다. 절정의 짧은 순간이 인생의 꽃과 같지 않은가. “외국에서는 만원어치 꽃을 사고, 만원을 팁으로 내기도 해요!” 라며 아름다움을 향유하는데 아낌없이 돈을 쓰는 문화가 부럽다고 한다. 꽃은 이처럼 우리에게 일상의 행복을 선물한다. 앞으로 이보라미 씨가 꿈꾸는 삶은?

“일본이나 중국은 서양 것을 전통과 잘 조화시켜 독특한 디자인을 만들어 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전통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없어요. 아직까지 한국의 꽃 시장은 무궁무진 가능성이 있어요. 저만의 스타일과 디자인을 만들어 내야겠죠. 돈을 많이 버는 사업보다는 꽃카페나 아카데미 등을 만들고 싶어요. 꾸준히 미혼모, 재소자 등 힘든 사람들을 위로해주고 독립할 수 있는 꽃 강좌, 봉사활동을 하고 싶어요!”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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