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말하죠. 언젠가는 그림 그릴 거라고요. 그러나 언젠가는 없어요. 지금 해야 돼요. 어떻게 그리냐구요? 그냥 그리면 되요.”

그림을 전공하거나 전문가에게 배운 경험이 한 번도 없는 최창연 작가는 10년 넘게 물리치료사로 일했다. 우연히 보게 된 책 『오른쪽 두뇌로 그림그리기』의 50개 워크북을 100일간 채웠다. 미술 전공자의 필독서가 이 책인데 오히려 전공자들은 워크북을 채운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한다. 스스로 해낼 수 있는 사람이구나 깨달았다. 평생 스스로 실행력 없는 사람이라고 여겼는데 그림을 그리면서 자기안의 또 다른 성실함과 목표의식을 발견해냈다.

『나의 서른이 좋다』 여행에세이는 어떻게 쓰게 된 걸까. 몇 년 전 인도를 40일간 여행하면서 시간이 너무 많았다. 하루 1-2만원 정도의 체류비 밖에 들지 않으니 여행경비도 많이 들지 않았다. 자연히 그림 그리고 글 쓸 시간이 많았다. 관광지에서 사진만 찍는 여행이 아니라 그림 그리는 여행을 직접 해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여행지에서 그림을 그리면 그 곳의 공기, 냄새, 분위기 등을 온 몸으로 느끼게 돼요. 낡은 간판, 길거리 사람들, 깨진 돌 조각이나 타일바닥무늬까지 근사하지 않아 보이지만 ‘나만의 예쁨’을 찾게 돼요. 여행과 그림은 서로 도움 됩니다. 장면이 오래 기억 남죠. 같은데도 다르게 보이기도 하구요. 이렇게 그림여행을 하는 것은 동네에서, 내 집 주변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데 말예요!”

물리치료사에서 아티스트의 삶을 살게 되었다고 해서 생업을 포기한 채 예술을 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현업에 충실할 수 있는 자신만의 놀이법을 터득했다고나 할까. 감정이 배제된 채 기계적으로 일해야 하는 병원생활 하면서 오히려 그림을 그림으로써 숨통을 틀 수 있게 되었다. “그림을 그리며 내 삶을 좋아하게 되었어요” 라고 말한다. 심지어 병원 내의 사람들에게 그림 그리기를 권하기도 한다고.

여행지에서 그린 그림과 글을 모아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고 실제로 한 권의 책이 되는 과정을 경험하니 자신을 믿는 힘이 생겼다. 꾸준히 즐겁게 그리는 것이 최고란다. 어떻게 초보자들도 그림을 그릴 수 있냐고 물었더니, “스케치북이랑 펜이나 색연필 같은 것만 있음 돼요. 사람 얼굴 그려보세요. 주변의 사물들도 그려 보시구요. 의외로 재미있답니다. 자기만의 스타일도 생겨나요” 라고 조언한다. 돈이 되는 쓸모를 생각하지 않고, 하루에 2-3시간 쓸데없는 짓을 해 보는 것 자체가 스스로에게 좋은 선물이 된다.

그림은 꼭 재능이 있는 사람만 그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에게 그림에 조언을 해 주었던 안두남이라는 그림 전공자인 친구는, “초보자들은 재능을 논할 단계가 아니다. 재능은 한참 후의 일이다” 라고 말했단다. 재능이 없어서 시작하지 못하는 것은 절대 아니란 뜻. 재능 없어서 두려워할 일도 아니다. 마지막으로 작가는 이야기한다.

“현실이 막막하고 슬프고 외로울 때 특히 혼자 있을 때 그림을 그리든, 글을 써 보든 해보세요. 오히려 자신의 삶이 괜찮다고 느끼게 돼요.”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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