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표 맥주 하면 카스와 하이트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크래프트 비어(Craft Beer)라 불리는 수제맥주가 인기를 끌며 우리나라도 다양한 맥주 맛을 접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수제맥주는 소규모 양조장의 브루마스터(맥주 양조과정 전반을 책임지는 사람)가 고유의 레시피를 갖고 전통적인 방식으로 양조한 맥주다. 대기업이 만든 라거 맥주에 익숙해져 천편일률적인 입맛을 갖게 된 한국사회에서 수제맥주는 창의적인 맛의 세계를 보여준다. 맥주의 오묘한 맛에 빠져들어 직접 맥주 만드는 방법까지 배우고, 맥주 칼럼을 쓰고, 맥주 강좌를 하기까지. 한준서 씨는 자타공인 맥주전문가가 되었다.

“맥주와 와인, 음식을 좋아하는 식도락가입니다. 음식이라는 말 자체에 ‘먹고 마신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죠. 술 또한 음식의 하나라고 봅니다. 잘 만들어진 맥주 한 잔은 파인 다이닝에서 선보이는 요리에 버금간다고 봅니다. 매번 똑같은 맥주 스타일을 접하는 걸 싫어해 수제맥주 붐이 일기 전부터 다양한 맥주를 시음하고 직접 양조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한준서 씨는 개인 블로그 및 온라인 커뮤니티에 맥주 시음기를 포스팅하고 있을 뿐 아니라 맥주 관련 칼럼도 쓴다. 맥주 동호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서울 경기 지역의 크래프트 비어 펍에서 여러 차례 맥주 이벤트도 열었다. 원래 와인과 음식에 관심이 많았는데 맥주가 좋아 빠져들면서 자연스럽게 맥주에 관한 공부도 하게 되었다.

음식인문학, 맛칼럼니스트 과정, 국제공인 와인전문가 WSET Level 3, 프랑스 보르도 와인학교 프로그램인 “에꼴 뒤뱅 보르도”, “A+호주와인전문가” 과정을 수료했다. 독일 바이엔슈테판 글로벌 CEO 방한 “Beer Concert” 와 체코의 ‘필스너 우르켈’ 필젠 브루어리 투어, CBFK 등 여러 맥주 행사에 초청받아 참가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 공인 맥주 전문가 자격증 “CICERONE, Certified Beer Server”까지 취득했으며, 수제맥주를 제조하는 홈브루잉 과정도 직접 강의하고 있다.

따복 스위첸 홈브루잉 수강생들과 함께

2014년 국내 주세법이 개정되면서 소규모 양조장에서 생산한 수제맥주의 외부 유통이 허용됐다. 중소 브루어리 설립 기준이 허용되고, 주세율 인하 등 관련 규제가 완화되며 국내 수제맥주 시장도 활성화됐다. 대기업만 유통할 수 있었던 맥주를 중소기업이나 소규모 양조장을 운영하는 개인에게도 개방됐다. 크래프트 비어 펍이 잇따라 문을 열고, Craft Beer Fest Korea와 같은 다양한 맥주 축제도 생겨났다. 맥주도 다양한 취양을 지닌 개인의 성향에 맞게 새로운 문화로 정착되고 있다. 수제맥주 때문에 보람 있는 일이 개인적으로 최근 있었다고 한다.

“보통 우리나라 음주 문화는 ‘부어라, 마셔라, 먹고 죽자’ 입니다. 그러나 1인 가구의 증가로 부담 없이 혼술(혼자 술을 마심)을 즐기는 문화가 확산된 것도 영향을 미치게 되었죠. 얼마 전에는 동탄에서 ‘따복 스위첸 홈브루잉 수제맥주 만들기’ 과정을 진행했습니다. 지역주민들의 친목 도모와 소통 목적으로 따복 공동체 사업의 취지에 맞게 맥주 시음 행사도 했지요. 생전 처음 맛보는 수제 맥주에 눈이 휘둥그레진 사람들이 많았어요. 맥주를 만들고 스스로 만든 맥주를 마셔보면서 주민들의 친목 도모를 높이고, 과거 두레와 품앗이처럼 자발적으로 협동하는 마음까지 더해진 소통의 장이었습니다.”

따복 스위첸 홈브루잉 수제맥주 초급과정에서 만든 맥주는 총 7가지였다. 따복 바이젠, 따복 벨지안 에일, 따복 페일에일, 따복 IPA, 따복 스타우트, 따복 레드에일, 따복 축제 페일에일까지. 따복 공동체의 이름을 딴 ‘우리들의 맥주’ 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수제맥주는 동호회에서 회원들과의 정보교류로 배울 수도 있지만 ‘수수보리 아카데미’ ‘경희대 관광대학원 비어 소믈리에 과정’ ‘브루웍스 아카데미’ ‘오산의 290 공방’ 등 많은 기관에서 전문적으로 배울 수도 있다.

술에 대해서 깊이 있게 공부하고, 자신의 배움으로 확장해 나간 한준서 씨에게 듣는 수제 맥주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인류 최초의 술 중 하나로 손꼽히는 맥주는 물과 홉, 보리를 주원료로 신비롭고 오묘한 맛을 낸다. 국산 맥주의 역사도 80년이 넘었다. 그렇다면 이제는 제대로 맥주를 알고 마시는 문화, 다양한 입맛을 충족할 수 있는 맥주가 많아져야 하지 않을까?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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