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볕더위 속에 학교에 나온 아이들이 보름새 700여명이나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갔다. 학교급식을 먹고 집단 식중독 의심 증상으로 벌어진 일이다. 이러한 사태의 바탕에는 만연한 학교급식 비리 실태가 있었다. 아이들의 먹거리조차 돈에 눈이 멀어 양심을 판 업자들에게는 법을 개정해서라도 최대한의 징벌을 가하고 원스트라이크 아웃으로 업계에서 영원히 추방해야 한다.

23일 정부합동부패척결추진단이 발표한 학교급식 비리 실태를 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지난 4월부터 석달간 진행된 점검 결과 식재료 위생과 품질 관리 부실, 유통질서 문란, 학교와 업체 간 유착 의혹 등 총 677건의 위반 사실이 적발됐다.

곰팡이 감자가 버젓이 유기농 감자로 둔갑됐고, 한 업체는 값싼 냉동육을 비싼 냉장육으로 속여 49억원을 챙겼다. 유통기한이 지난 식재료가 다반사로, 156일이나 지난 소고기로 조리된 음식이 아이들의 입으로 들어갔다.

경기도 하남시의 한 업체는 대장균 등 수질검사를 받지도 않은 지하수로 식재료를 씻고 작업대도 아닌 더럽고 비위생적인 바닥에서 작업이 이루어졌다. 식재료 저장창고나 운반차량의 위생이 엉망이고 소독이 정기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심지어 납품업체 30여 곳은 비용을 줄이려고 소독업체에게 돈 주고 가짜 소독증명서를 발급받았다. 식재료 종사자들은 결핵·장티푸스 같은 감염병 검진을 연 1회 받아야 하는데 지켜지지 않았다. 이쯤 되면 이 무더위에 세균이 번식해서 집단식사를 하는 학생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돈에 눈이 멀어 불법, 비리를 저지른 집단은 업체만이 아니라 학교 당국 및 영양사도 관련돼 있다.

전국 초·중·고 274개 학교를 선정해 점검한 결과, 특정업체와 수의 계약을 하거나 학교급식 예산을 부당하게 집행한 사례와 관련 382명이 징계 절차를 받고 있다.

동원·대상·CJ프레시웨이·풀무원의 자회사 푸드머스 등 학교급식 가공품 시장의 60%를 점유하는 4개 업체는 최근 2년 6개월간 전국 약 3천여 개 학교 영양사 등에게 약 16억원 상당의 상품권 등을 제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식품 대기업이 학생의 건강을 책임져야 할 영양사를 매수, 타락시켜 학교급식의 질을 떨어뜨린 것이다. 얼마전 용인에서는 납품단가를 2배 이상 부풀려 대금을 청구해 2억3천여만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납품업체 대표와 돈을 받고 이를 눈감아 준 영양사 등이 구속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일부 업체에서는 유령업체를 설립하고 공인인증서, 인감도장 등을 일괄 보관하면서 응찰하거나, 계모임을 만들어 낙찰 후 이익을 분배하는 형태의 입찰 담합이 드러났다.

연간 학교급식에 투입되는 정부 예산은 전국 1만1698개 초·중·고교 학생 614만명을 대상으로 약 5조6천억원에 이른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학생들이 질 낮은 급식을 먹고 건강은커녕 오히려 병을 얻는 현재와 같은 부조리는 뜯어고쳐야 한다.

정부는 ‘학교 급식 전용 사이트’를 만들거나 ‘학생 건강 식단’ 개발, 입찰 담합 등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입찰 비리 관제 시스템’ 구축, ‘전국 학부모 급식 모니터단(170명)’ 구성 등의 대안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작년에 서울시교육청이 실태 감사를 벌여 거액의 급식 예산을 빼돌린 혐의로 충암고 학교와 재단 고위층 18명을 검찰에 수사의뢰했으나 급식용역업체 대표만 구속되고 나머지는 불구속 또는 무혐의 처리됐다. 정부와 사정당국이 학교급식 비리에 대해 이런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니 학교급식 비리가 만연할 수밖에 없다.

조백현 발행인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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