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의원

국회정보위원장인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이 사드배치의 필요성을 적극 주장하다가 자신의 지역구(김천) 근처인 성주군 롯데골프장이 제3 후보지로 유력하게 떠오르자 “전국에 사드 배치할 곳이 많다”고 발언해 논란이다. 사실상 자신의 지역구 근처에 배치해선 안된다는 주장으로 평소 안보와 애국심을 강조해 온 보수핵심 인사의 정치소신으로 볼 때 비겁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이철우 의원은 24일 ‘YTN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사드 배치는 당연하지만 피해가 있으면 배치하면 안된다.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비공개 하에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 의원은 전날 성주군수가 국방부에 제3후보지를 검토해 달라고 공식적으로 요청한 후 열린 23일 새누리당 원내대책회의에서도 “사드는 군사 무기 중에서도 특급 비밀 무기다. 이런 무기를 배치하는데 있어서 공개적으로 하는 나라는 없을 것”이라면서 “이런 것은 적어도 나라에서 10여명 이내만 알고 조치하는 것이다. 국무총리와 국방장관 등 요직에 있는 사람들은 오늘 원점재검토하고 시민을 괴롭히지 않는 정부 정책을 해 달라”고 요청해 김천 인근 사드배치 반대 의사를 에둘러 표현했다.

이 의원은 24일 오후 김천종합운동장에서 8천여명의 김천 시민이 모인 ‘사드배치 결사반대 범시민투쟁 결의대회’에 참석해 김천 시민들의 격렬한 항의를 받으며 자신의 혼란스런 모습을 그대로 노출했다.

제3 후보지에 대한 견해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모두 백지화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한 후 ‘주민합의가 필요 없다’고 한 자신의 발언에 대해서는 “국가 목표 보안시설은 비밀리에 하기 때문에…. 주민 합의가 필요 없다는 것은 아니다”며 앞뒤 안 맞는 소리를 했다.

단상에 올라서는 “사드 배치와 관련해 오래전부터 주민을 설득하고 충분히 이해를 시킨 다음에 배치 지역을 발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방부 장관에게 제3후보지는 반드시 주민들이 OK할 때 발표해야 한다고 얘기했다”고 전하는가 하면 “대한민국이 흔들려서는 안된다. 제가 앞장서서 나라를 지키고 저를 뽑아준 김천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하겠다. 김천도 살리고 대한민국도 살리겠다”는 알쏭달쏭한 말을 남겼다. 자신의 평소 소신 대 성난 김천 시민 사이에 묘한 줄타기를 하는 인사말을 남기고는 황급히 차량을 타고 사드반대 결의대회 자리를 떠났다.

이철우 의원은 국가정보원 국장 출신으로 19대 국회에서 국회정보위원회 간사를 거쳐 20대 국회에서 전반기 국회정보위원장을 맡고 있다. 평소 여당에서 국정원 정보통 역할을 하며 강경 보수의 입장을 취한다. 그러나 국가안보의 중요성과 관련 정보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대한민국 대표 보수 정치인 국회정보위원장이 정작 자신의 지역구 근처에 사드 배치가 유력해지자 평소 소신과 달리 민심과 국회의원 배지를 앞에 두고 흔들리며 모순된 입장을 드러내는 것이다.

비단 이런 현상은 이철우 의원에 국한되지 않는다.

성주 출신의 여당 정보위 간사 이완영 의원 역시 사드 찬성과 지역구 민심 사이에 줄타기를 하다가 최근 제3후보지로 폭탄을 돌리는 비겁함을 보였고, 친박 핵심이거나 대표적인 사드찬성론자인 최경환·유승민·원유철 의원 역시 자신의 지역구만은 안된다는 님비의식을 드러내 빈축을 산 바 있다.

사드에 대한 입장은 자신의 이념적, 정치적 소신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안보에 있어서는 하나가 되어야 한다’, ‘국익을 우선 생각해야 한다’고 국민을 가르치던 대표적인 보수정치인들이 자신의 지역구 관련해 사드배치 가능성의 이야기가 나오는 순간 이해관계에 따라 말을 쉽게 바꾸는 모습을 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착잡할 수밖에 없다. 각자가 헌법기관이고 국민의 대표이자 정치지도자를 자처하려면 말만이라도 왔다 갔다 하지 말고 일치시켜 주기 바란다.

조백현 발행인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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