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어학사전에 보면 ‘책임’은 ‘맡아서 행해야 할 의무나 임무’라고 적고 있다. 자신이 스스로 한 말이나 맡은 일에 대해 책무를 다한다는 뜻이다. 책임은 의무이자 임무라고 적고 있다. 인간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많은 책임을 지게 된다. 그 책임은 그 사람이 어떤 자리에 있던지 어떤 일을 맡아하던지 반드시 지켜야 하는 도리인 셈이다.

사람들은 흔히 ‘약속’이라는 것을 한다. 어떤 일을 하던지 그 약속이라는 것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사람과 사람과의 약속, 윗사람과 아랫사람의 약속, 동료 간의 약속, 사회생활에서 지켜져야 하는 규범이라는 약속 등 우리는 많은 약속을 필요로 한다. 약속이란 책임을 지겠다는 하나의 언약이다. 사람과 사람은 살아가면서 약속이란 중하던지 덜 중하던지 지켜야 한다. 그것이 바로 책임이다.

요즈음 사람들은 약속을 헌신짝 저버리듯 한다고 말을 한다. 한 마디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스로 책임을 지겠다고 이야기를 하거나 책임질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자신이 지켜야할 도리를 책임지지 못했다는 것을 뜻한다.

사람들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많은 약속을 한다. 많은 책임을 자신이 져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이 한 약속을 채 절반도 지키지 못한다. 약속을 남발하다보니 결국 책임 하나 제대로 질 수 없는 사람이 되고 만다. 왜 그렇게 약속을 하는 것일까? 크던지 작던지 약속은 지켜져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지키지 못한다면 그를 과연 신뢰할 수 있겠는가?

나라고 다를 바가 없다. 살아가면서 남들에게 한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살았다. 하기에 요즈음은 가급적 약속을 잘 하지 않는다.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면 신용을 잃기 때문이다. 남들과 약속을 해놓고 책임을 질 수 없다면 과연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그런 생각만으로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그런 부끄러움을 당하기 싫어 지킬 수 없는 약속이나 헛말은 하지 않는다. 그저 곰곰이 생각해 가능한 약속만을 한다. 책임을 질 수 있는 약속만을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책임을 동반하는 약속을 그저 쉽게 해버린다. 말 한 마디에도 신중해야 하는데 기분 내키는 대로 내뱉고는 한다.

나에게 아는 사람이 한 명 있다. 술을 한 잔 마시고 나면 곧잘 큰 소리를 친다. 그런데 나중에는 늘 딴 소리를 한다. 언제 내가 그랬느냐고 반문까지 한다. 그런 사람을 보면 괜히 속이 울렁거린다. 약속은 무엇 때문에 한 것일까? 본인이 본인 입으로 뱉은 말을 지키지도 못하면서 말을 한 것을 기억조차 하지 못한다면 과연 그 사람에게 약속이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참으로 한심하다 못해 울화까지 치민다. 높은 자리에 있거나 아랫사람이거나 너무 쉽게 약속을 하고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약속을 해놓고도 책임지지 않는 많은 사람들. 과연 그들이 세상을 잘 사는 것일까? 사람이 세상을 살다가 어떤 자리에 있던지 그 자리는 책임을 져야하는 많은 약속을 한 것이다. 지켜야 할 약속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약속된 자리에 앉은 많은 사람들이 그 책임을 지지 못하고 허튼 짓거리를 너무 많이 한다. 그렇게 책임을 지지 못하면서도 뻔뻔하게 세상을 잘났다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참으로 한심하단 생각이 든다. 그런 얼굴을 보는 것조차 역겨울 때도 있다.

약속이 지켜지는 세상. 그리고 자신이 한 약속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 그런 세상이 그립다. 말을 함부로 해놓고 지킬 줄을 모른다면, 그리고 책임질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도 자리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면, 그런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이라면 무슨 내일이 있겠는가? 오늘 곰곰이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자. 과연 나는 약속을 제대로 지키고 살아가고 있는지. 또한 그 약속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있는지 말이다.

하주성 기자  rja49@hanmail.net

<저작권자 © 뉴스타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