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에서는 저를 새누리라고 버렸어요. 오산은 제가 외지출신이라고 무시하구요.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정치는 그런 게 아니에요. 역사를 새로 쓸 준비를 해야 합니다. 지역주의에 갇혀서는 안됩니다. 호남출신이라서 안되고, 토박이가 아니라서 안되고. 그건 말이 안되죠. 제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인데 이제는 판을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요?”

여름에서 갑작스럽게 가을로 날씨가 바뀐 날 이권재 오산 새누리당 당원협의회 위원장을 만났다. 올해는 유난히 예측불가한 날이 많다. 여름에서 가을로의 진입도 그러하다. 한 달 넘게 지속된 무더위가 끝나지 않을 것처럼 괴로운 나날이었다. 거짓말처럼 하루 만에 가을이 되어 버렸다. 이권재 위원장 역시 지난한 오산의 지역주의를 넘어야 한다고 2번의 선거 때 외쳤다. 그렇지만 철저한 패배였다. 그렇지만 ‘오산의 벽’을 넘을 것이라는 신념은 변치 않고 있다.

호남 진도 출신이면서 20대 취업하고, 결혼하고, 아이 낳고 고향서 잘 살다가 어떻게 오산으로 들어오게 된 걸까. 오산에서 살게 된 계기부터 물었다.

“매형이 93년도 구정에 교통사고로 사망했어요. 제가 목포에서 직장생활 하던 26살 때였어요. 연세우유 대리점을 내놓은 상태였는데, 누님은 제가 올라와서 하길 원했어요. 평온한 가정과 직장에서의 인정까지 남부러울 것 없었지만 새로운 도전을 위해 오산에 올라와서 우유대리점을 시작했어요. 부지런함으로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쉬지 않고 일했습니다. 아내도 갓난 아이 업고 낮밤 가리지 않고 함께 일했어요.”

그의 정치적인 신념이나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력은 20대 처음 시작한 우유 대리점 사업에서 배운 듯하다. 95년 고름우유 파동으로 매출이 떨어지고 파산의 위기에 봉착하기도 했다. 그러나 인생의 실패 없이 성공은 없는가보다. 소비자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발로 뛰면서 알렸다. 이후 전국 우수대리점 2번을 할 정도로 실패를 뛰어넘으며 도전하는 삶을 일구어냈다.

평범한 자영업자로 나름 자수성가하고 두발 뻗고 내 가족과 편히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할 무렵 지인으로부터 한국병원 장례식장 사업을 의뢰받았다. 당시 ‘오산사람은 당연히 오산 장례식장’ 이라는 인식 때문에 한국병원 장례식장은 사업 초기부터 순탄치 못해 빚도 많이 졌다. 사람들이 한국병원에 입원해서 사망해도 오산장례식장으로 가는 것이 부지기수였다. 그 때 생각한 바가 있다. ‘지역 토박이가 아닌 설움, 이제는 세상을 좀 바꾸어야 하지 않겠나’ 라는 마음이 들었다. 정치에 입문하겠다는 결심을 한 계기이기도 하다.

“2014년에는 시장 출마해서 떨어지고 올해는 국회의원 선거에서 떨어졌어요. 떨어지면서 새누리당이 오산지역에서 왜 질 수밖에 없는가를 면밀히 분석하면서 앞으로를 준비하고 있는 중입니다. 호남 촌놈 타지민이 와서 지역을 장악하여 지자체 장이 되고, 국회의원이 된다는 것? 아마 저라도 싫었을 거예요. 하지만 이제 시대는 바뀌고 있습니다. 표를 좇는 행정이 아닌 진정 시민들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이권재 위원장은 이미 무에서 시작한 인생의 경험 때문인지 두 번의 실패가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선거에서 떨어진 후에 좌절할 법도 한데 오뚝이처럼 일어나 새벽부터 또 다시 지역을 누빈다. 당내에서 그만큼 열심히 하는 사람도 드물다는 평이다. 시도의원 한번 하지 않았던 그가 집권 여당의 공천을 두 번이나 거머쥔 데에는 타고난 성실과 노력으로 조직을 다지기 때문이다.

얼마전 그는 오산 새누리당의 당협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당협이 유명무실해 평상시 활동이 거의 없었고, 선거에서는 당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기 힘들었던 그이기에 다시 한 번 절호의 정치적 기회를 맞은 셈이다. 두 번의 선거를 통해 정책과 비전에 대한 준비가 중요함을 뼈저리게 깨닫고 앞으로 지역 당협 차원에서 정기적으로 학습과 토론으로 콘텐츠를 갈고 닦으려고 한다. 당 내 단합을 바탕으로 지역 민심을 위해 꾸준히 봉사할 계획도 짜놓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지역에서는 ‘이권재가 당선되면 뭐가 좋아지지?’ 라는 의문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그는 이러한 지역사회의 질문에 대한 보다 확실한 자기만의 내용과 색깔을 보여주어야 한다. 시민들의 냉정한 비판에 수긍하면서 집권당보다 2배, 3배, 10배 이상 힘을 쏟을 각오를 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치적, 지역적으로 ‘이권재 브랜드’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 그의 도전은 결국 성공할 것인지, 신발끈을 다시 조여 매는 그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진진하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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