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에도 책 구입비가 10만원이 훌쩍 넘는다. 일주일에 한 번쯤 동네 서점이나 대형 서점을 찾기 때문에 보고 싶은 책을 1-2권씩 골라도 한 달이면 만만치 않다. 어떤 이들은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지 왜 비싼 돈을 주고 사냐고 한다. 책을 사는 것은 아까운 일처럼 여겨진다. 소비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1~2만원 남짓한 책 구입비가 어떤 이에게는 비싼 금액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유용한 지식과 경험을 적은 비용으로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싸다고도 여긴다. 그렇다면 과연 책은 소유물이 되어야 할까, 소비되는 물건이 되어야 할까.

책을 구입하여 평생 보관할 목적으로 사는 사람들도 있다. 한 권의 책이 그만큼의 값어치를 해야 한다고 여기면서 한 권 한 권을 고를 때 신중을 기한다. 가치 있는 책을 사야 버리지 않고 오래오래 보관할 수 있기 때문에 고심을 한다. 책의 용도를 소유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연코 한 권의 책은 ‘소비재’ 이다. 하나의 책이 어마어마한 양의 정보를 담거나 의미를 담지는 않는다. 한 챕터(chapter)나 몇 문장이 의미 있다고 여겨도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요즘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의 아메리카노 커피 값이 4600~5500원 정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커피 두 잔 값이면 책을 한 권 정도 살 수 있는 돈이다. 커피는 마시는 것으로 그 의무를 다한다. 5천원의 커피 값이면 기호 식품으로 충분한 값어치를 했다고 여긴다. 커피 마시면서 누군가와의 대화 시간을 갖기도 한다. 그렇다면 커피 한 잔으로 사람과의 만남을 사는 것이다. 술값으로 한 달 수십만원 지출하는 사람들도 있다. 술값을 지출하면서 얻는 것은 어쩌면 술 마시는 사람들과의 이야기 혹은 시끌벅적한 흥겨운 시간일지도 모른다. 술이나 커피 모두 마셔 버리면 그만인 소비재다. 영원히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책 한 권 사는데 큰 고민을 할 필요는 없다. 책 한 권의 값어치를 아주 높이 평가하지 않아도 된다. 한 끼 밥을 먹거나 커피를 마시는 비용밖에 안 되는 책의 가격으로 그만큼의 효용만 따져도 된다. 평생 소유하고픈 책을 ‘득템’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 복권에 당첨될 확률에 불과하다. 한 권의 책의 가치를 지나치게 높게 평가하지 않아도 된다.

아, 집에 책이 넘쳐나면 어떻게 할지 고민이 되어서 책을 안 산다고 하는 이도 있다. 책이 소비재이고 써 버리는 물건이라고 생각하고 구입한다면 별 문제가 안 된다. 나는 좁은 집 때문에 약 2000권 이상의 책을 보관하기가 힘들다. 책을 한 달에 5권에서 10권 이상 구입하는데 당연히 장서가 넘칠 수밖에 없다. 책을 보관하기 위해서 집을 넓히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방법은 단 하나다. 기증하거나 남을 주거나 중고서점에 되파는 일. 그러나 보통 가까운 지인에게 선물하는 편이다. 내가 읽은 책을 누군가가 함께 읽고 공유하는 울림을 경험하는 것이 더 큰 감동이라 여긴다.

출판시장은 나날이 불황이다. 도서정가제가 되었지만 대형 인터넷 서점이나 브랜드 중고 서점만 배불러 간다. 동네서점은 점점 사라지고 있고, 영세 출판사는 문을 닫고 있다. 종이책이 사라지는 시대라고 하지만 인류문명이 존재하는 한 종이책은 지속되어야 한다고 본다. 치약, 샴푸, 비누, 식음료 등의 생필품을 사듯이 책도 하나의 소비하는 물건으로 여겨야 한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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