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보육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월 31일 진행된 경기도의회 교육위원회 2차 추가경정예산안 심의에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경기도교육청의 예산안이 그대로 통과됐다. 현재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 1천641억원만 편성된 원안이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겨진 상태이다. 예결위는 어린이집 운영의 심각성을 감안해 고육지책으로 경기도가 도교육청에 전출하는 교육협력사업 예산 투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이미 지난 7월 도의회 여야는 누리과정 예산이 없어 도내 어린이집 교사들이 월급의 20% 가량을 차지하는 수당을 받지 못하게 되자 도 교육협력사업비 750억원 중 498억원을 쓰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번에 똑같은 상황이 반복해서 벌어지게 것이다. 이로써 아이들을 위한 낙후된 학교시설이나 학습 환경 개선, 교육격차 해소, 교육복지 향상 사업 등은 뒤로 밀리게 됐다.

이와 비슷한 비극적인 상황이 벌써 몇 년째 경기도를 비롯해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이 핵심공약으로 생색을 낸 후 정작 당선된 다음에는 약속을 지키고 않고 재정부담을 전부 지방교육청에 전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재정확충을 위한 국민연대’는 며칠 전 국회 앞에서 누리과정 예산 전액 국고 지원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통해 “경기도교육청은 2015년 누리과정예산을 편성하면서 교부금이 부족해 학교운영비 5%, 기관운영비 20%를 줄이고 기간제 교사 1천여 명을 감원하는 등 뼈아픈 긴축재정을 실시했다”면서 “누리과정이 시작된 최근 3년간 경기도교육청의 부채는 2조4000여억원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학교 신·증설을 위한 부채상환금을 포함한 총 부채액이 2015년도 말 경기도교육청 예산총액의 50%를 초과해 교육재정이 파탄위기에 놓여있는 실정”인데도 정부는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기도교육청에 대한 표적, 보복, 중복 감사를 진행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누리과정 예산 전액 국가 부담을 주장하는 교육청과 야당의 주장에 대해 정부와 여당의 반응은 냉담하다. 재원이 충분한데도 일부 진보성향 교육감들이 예산을 편성하지 않고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국회는 2015년 예산안에 5천억원, 2016년 예산안에 3천억원을 각각 예비비로 지원하는 땜질식 처방에 그쳐 해마다 각 시도에서 보육대란을 불러왔다. 지난 31일에는 누리과정 예산 갈등으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파행을 겪으며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여당 보이콧으로 야당 단독으로 진행되기도 했다.

대통령과 여당은 이제라도 누리과정 예산 관련 자신들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선거 때는 공약으로 내걸어 국민을 현혹해 한껏 재미를 보고서 당선된 후엔 ‘나 몰라라’ 하며 해마다 국가적 갈등을 야기하는 것은 파렴치한 짓이다. 집권세력이 변해야 경기도 내에서의 갈등도 없어질 수 있다. 반복해서 경기도와 교육청, 여야 도의원들이 얼굴을 붉히며 싸우고 어린이집 관계자와 학부모들이 애간장을 태우는 이런 모습을 우리가 언제까지 보아야 하는가.

조백현 발행인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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