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 갈등을 겪죠. 스물아홉에서 서른의 길목, 저는 안정된 일을 버리고 좋아하는 일을 선택했어요. 글씨 쓰는 일을 평생 할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어요. 지금 행복하고, 하고 싶으면 그만인 거죠.”

KORAIL철도이름 아름다운 글씨 공모 최우수(2015), 제34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서예부문 캘리그라피 입선(2015), 제23회 한국미술국제공모대전 캘리그라피 부문 입선(2016) 등 캘리 김상훈 씨는 캘리그라피를 시작한지 3년도 안되어 크고 작은 공모전에서 수상한 바 있다. 얼마 전에는 수원역의 희망글판 가을편 글씨도 직접 썼다. 김영랑의 시 <북>의 한 구절이다. ‘인생이 가을같이 익어가오 / 자네 소리하게 내 북을 치지’

“수원역 희망글판을 쓰면서 정말 감사한 마음을 담아 썼어요. 수원시청과 수원역을 지나가면서 마주한 희망글판 글귀를 보면서 입으로 소리 내어 내뱉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썼어요.”

김상훈 씨는 “캘리그라피를 하지 않았더라면 만날 수 없는 사람들, 겪을 수 없는 경험들이 많습니다” 라고 말한다. 사실 그는 항공학과를 나온 공학도였다. 전공 4년, 공군으로 2년 7개월 복무하면서 당연히 항공과 관련한 일을 할 거라고 믿었다. 서른이 될 때까지 예술적인 일을 해본 적도 없었고 집안에 예술가도 당연히 없다. 하지만 글씨에 끌려 캘리그라피를 배우면서 순간순간 행복감을 느낀다.

“POP글씨도 10년 유행도 못 갔어요. 캘리그라피도 영원히 지속되진 않겠죠. 어떤 누군가는 미래가 없는 일인데 왜 하는가 묻기도 해요. 평생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니까요. 하지만 저는 거꾸로 미래가 없기 때문에 한다고 말해요. 캘리그라피를 하루도 쉬고 싶지 않아요. 좋아하는 일이 있다는 것, 누군가 저를 찾아주는 것이 감사한 일이죠.”

최근에는 용인의 한 카페에 갤러리를 꾸미고 자신의 작업공간까지 생겼다고 한다. 수강생 중 한분께 글씨를 선물해 드린 것이 인연이 되어 모 기업체 사옥에 캘리그라피 작품을 전시하게 되었다. 김상훈 씨의 글씨만으로 카페의 인테리어를 꾸며달라는 의뢰였다. 그는 끊임없이 만남의 신비와 인연을 경험하며 인생을 배우고 있다고 말한다.

최근 삼성전기, 수원 KT WIZ야구단, 국립한글박물관, 시흥시청 등에 캘리그라피 출강을 하고 있다. 크고 작은 행사나 페스티벌에서 캘리그라퍼 체험전도 진행한다. 캘리그래퍼 김상훈 씨는 가방에서 자신의 무기와 같은 붓을 꺼내서 노트에 글귀를 써 주었다. 한 글자 한 글자 마음과 정성을 담아서 말이다.

“한글의 매력이요? 남녀노소 예쁜 글씨 좋아해요. 심지어 외국인이나 한글 모르는 유아들도 예쁘다고 해요. 저는 해외에 나가 캘리그라피를 하는 일도 하고 싶어요. 외국인에게 캘리그라피를 써 주면 정말 좋아해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우리만의 글씨, 초성, 중성, 종성으로 이루어진 한글만의 문자적인 아름다움은 캘리그라피를 하면서 더더욱 진가를 발휘합니다.”

글씨는 매 순간 다르다. 같은 필체라 하더라도 말이다. 예측할 수 없는 아름다움, 새로움이 글씨 속에 있다. 김상훈 씨는 그런 희소성과 나만의 독특한 매력을 글씨로 표현해내는 일에 희열을 느낀다고 한다. 앞으로 원하는 것이 있다면? “관공서나 건물 내의 화장실에 제 글씨로 직접 쓴 글귀를 모두 써서 붙이는 거요!” 라고 말한다. 엉뚱하고 유머스럽다. “화장실에서 아름다운 예술 같은 글씨를 마주할 때 사람들의 마음이 편해지지 않겠어요?”

가방에 붓 하나 들고 해외 곳곳을 누비며 한글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것, 화장실에 붓잡은 글씨꾼의 글씨로 채워가는 것. 그의 소망이 언젠가 하나 둘 이뤄질 것 같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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