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력해도 이렇게 무능력할 수가 없다. 정부가 한진해운 사태로 경제를 위기로 몰고 가는 것을 보면 그저 한숨만 나올 뿐이다. 국내 1위, 세계 7위 해운업체인 한진해운을 법정관리로 넘기면서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물류대란과 함께 수출입 기업을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 그동안 수십 년에 걸쳐 어렵게 전 세계에 구축해 온 해운관련 물류 네크워크가 붕괴될 상황에 처했으며, 이 틈을 이용해 타국의 해운업체가 시장을 장악해 들어올 기세다.

6일 현재 한진해운 선박 141척 중 80척 이상이 입항·하역 거부 등으로 바다에서 떠돌고 있고, 컨테이너에 실은 물품을 제때 납품하지 못한 기업의 피해가 눈덩어리처럼 커지고 있다. 벌써 피해액이 최소 수조원은 될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수출입 기업들의 운송비가 폭등하고 있으며, 국가의 신인도는 추락 중이다.

수출과 내수 경제가 더욱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을 뿐만 아니라 피해업체들이 손해배상 소송에 나서면 후유증이 얼마나 심각할지 예측조차 힘들다. 대우조선 구조조정 과정에서 수조원의 혈세를 쏟아 붇고도 살리지 못하고 수만명의 일자리를 잃게 해 놓고도 정부의 무책임한 경제운용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한진해운을 법정관리에 들어서게 하면서 “시나리오별로 대비책을 갖춰놓았다”고 자신만만하던 금융위원장은 얼마전 말을 바꿔 “물류대란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하니 국민들은 ‘이 정부를 어떻게 해야 할지’ 기가 막힐 따름이다.

한진 재벌은 현재의 사태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 개발독재 시절 국가적인 지원으로 성장한 후 무책임한 경영과 안이한 자구대책으로 법정관리에 가게 해 놓고선 현재의 물류대란 국면에서도 책임지는 자세가 보이지 않는다. 고작 조양호 회장이 손쓸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악화되고 난 후에야 뒤늦게 면피용으로 사재 400억원을 내놓겠다고 하니 재벌의 파렴치함이 도를 넘어섰다.

파국에 대한 준비나 제대로 된 자구노력 없이 막판까지 채권단과 추가 지원을 위한 배짱 줄다리기를 벌이며 ‘설마 국민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재벌을 망하게 하겠어’ 라는 심보로 버티다 결국 법정관리로 들어가 국민에게 피해를 야기시키는 대주주와 경영진의 책임을 반드시 엄히 물어야 한다. 혜택은 독점하고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으려 하는 재벌에게 더 이상 ‘대마불사’ 신화는 없다는 교훈을 남겨야 한다.

금융위원회, 해양수산부, 기획재정부, 총리실, 청와대 등 어느 곳 하나 한진해운 발 물류대란에 대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허둥대는 모습을 보면 국민이 정부를 믿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조선, 해운업의 구조조정은 그동안 한국경제의 핵심과제이자 온 국민의 관심사였고, 길게는 수년에서 짧게는 수개월 동안의 준비기간이 있었는데 정부 대처가 이렇게 허술할 수는 없다. 비리 백화점 우병우 민정수석 지키기에만 대통령과 집권세력이 정신이 팔려 있었으니 국가경제나 민생문제는 안중에도 없었을 것이다. 무능력·무책임한 정권이 낳은 국가적 비극이다.

조백현 발행인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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