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경기도지사의 대권 발걸음이 갈수록 빠르고 대담해지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과 ‘한국형 모병제’라는 민감하면서도 과감한 의제를 던짐으로써 여론의 주목을 받고, 한완상·윤여준과 같은 온건 좌우 명망가들을 영입했다. 적극적으로 대선 이슈를 선점하고 세를 넓혀나가는 모양새다.

충청 세종시로의 수도 이전이나 모병제는 대선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충청권이나 절망에 빠져있는 청년 표심을 건드린 측면이 강하다. 대선 승리를 위해서 새누리당에서 반드시 잡아야 할 지역과 계층을 겨냥한 것으로 발언과 정치적 행보가 정교하게 대선을 겨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기 경기연정’에서는 무상급식 도비분담금 기존 237억원에서 1천33억원으로 대폭 확대, 경기도형 청년수당인 ‘청년구직지원금’ 도입, ‘생활임금제’ 확대, ‘주거복지 예산’ 확대 등 민생예산을 대폭 강화시켰고, 지방장관제 도입 실험, 연정부지사 권한 확대, 일자리노동국 신설 등 개방적으로 새로운 실험에 나서고 있다. 앞으로 경기도지사로서 시대정신인 ‘사회양극화’와 ‘빈부격차’ 해소, ‘일자리 창출’과 관련 보다 적극적인 시도와 정책대안 모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남 지사의 가장 큰 정치적 장점은 사고가 열려있고 합리적이라는 점이다. 안보, 경제, 사회, 교육, 문화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보수정당에 있으면서도 진보적인 의제를 수용하고 끊임없이 야당과 대화하고 소통한다. ‘협치’가 그의 ‘트레이드마크’이자 ‘정치상품’이 될 만하다. 이러한 열린 마음과 부지런함은 전국과 지역의 이슈에 대한 자신만의 구체적인 대안과 정책을 만들어낸다. ‘일하는 청년 통장’, ‘따복 공동체’, ‘경제민주화’와 ‘공유적 시장경제’, ‘경기도 주식회사’ ‘소외된 경기북부 지역에 대한 개발’ ‘이층버스 도입’ 등은 야당의 노선과 별반 다르지 않다. 2기연정 합의 내용을 보면 더욱 그렇다. 여당이면서 야당 정책을 받아들이고 오히려 더욱 구체적이고 현실감 있게 재구성한다는 느낌이다.

이념에 매이지 않고 정책 능력을 갖고 있는 인물을 만나 배우고, 자신만의 정책을 만들어 경기도 행정에서 실험하고 검증절차를 거치며 국정운영 능력을 쌓아가는 셈이다. 서울보다 많은 인구인 1300여만명의 광역자치단체 수장이자 수많은 자치단체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면서 쌓인 경험은 그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카리스마가 부족한 것이 단점이라는 소리도 듣지만 SNS와 스마트 시대에 수평적이고 친숙한 소통의 리더십은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다. 왜 한완상이나 윤여준 같이 온건하고 합리적인 좌우의 인물이 그에게로 올 수 있는지가 설명된다. 심지어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비대위원장이 상대방 대선주자인 그에게 호평을 할 때는 분명히 이유가 있다.

국민에게 친박은 버림받은 정치세력이지만 새누리당에서는 절대 다수파이다. 남 지사는 친박이 아니면서도 친박과 벽을 쌓지 않은, 비주류이면서도 주류와 같은 독특한 당내 위상을 갖고 있다. 당내에서 그의 위치는 가능성과 한계를 모두 갖고 있다. “가난한 집 자식만 군대를 가게 될 것”이라며 남 지사가 주창한 ‘한국형 모병제’에 반대하고 나선 대선 경쟁자 유승민 의원과는 이 점에서 다르다.

새누리당에서 누가 대선주자의 자리를 거머쥘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현재의 친박과 같이 지나치게 강경 보수, 이념일변도이고, 반민주적, 반역사적, 기득권 옹호적인 세력이 아닌 남 지사와 같은 따뜻한 공동체를 지향하면서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을 갖고 있는 보수세력이 새누리당에서 유력한 대선후보로 있다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더민주나 국민의당, 정의당과 그는 충분히 대화하고 함께 대한민국의 미래를 고민할 수 있는 보수 정치인이다.

남경필, 유승민, 원희룡 등의 신보수 젊은 정치인들이 현재와 같은 수구적인 분위기의 새누리당의 변화를 주도하고 그 세력들이 문재인, 박원순, 김부겸, 안희정, 이재명, 심상정, 노회찬 등과 같은 야권의 대선 주자와 이 나라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비전과 정책을 갖고 건전하게 경쟁하는 그날을 기대해본다.

조백현 발행인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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