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북부 치앙라이 해발 1200m에 위치한 도이창. ‘코끼리 산’ 이라는 뜻을 지닌 지명이다. 과거 아편농작으로 유명세를 떨치던 지역이었지만 30년 전 이곳에 미얀마로부터 이주하여 터를 잡고 산 소수민족 아카족은 태국왕실과 UN의 도움으로 커피를 재배한다. 도이창 사람들은 대부분 커피농사가 생업이며, 대부분 혈연가족관계다. 도이창에는 10개 이상의 커피 생두를 가공하는 농장이 있고 각자의 브랜드가 있다. 그 중 AAA도이창커피농장 커피를 한국에 들여오게 된 이진영 씨는 수원 행궁동이 고향이다. 10년 동안 외국에서 자유롭게 살던 이진영 씨는 태국 친구와의 인연으로 행궁동에 친오빠와 함께 AAA도이창커피농장 커피만 수입 판매하는 ‘도이창커피농장’을 만들었다.

“미술전공을 하고 졸업 후 회사를 다니면서 평범하게 살다가 2002년 처음으로 가본 해외여행지가 태국이었어요. 정말 좋았어요. 한국으로 돌아와 포기했던 사진공부를 다시 시작하고 서울예대 사진과에 입학했어요. 그 뒤 매년 태국 여행을 한 달씩 갔었어요. 그러다가 2005년 태국 치앙라이에서 살아보고 싶어서 졸업하자마자 무작정 떠났어요. 200만원 정도의 돈으로 1년을 살았죠. 그 때 아카족 ‘미요’라는 친구를 만났어요. 미요의 가족은 미얀마에서 도이창으로 이주하여 처음 커피농사를 시작한 가족이었죠.”

이진영 씨는 여행하듯 삶을 살아간다. 여행을 하면서 좋았던 이유에 대해 “종이 위의 지도를 따라가면 세상이 나오는 게 신기한 거에요” 라고 말한다. 자신이 커피 관련한 일을 하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10년 전만 해도 도이창 지역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순박하게 커피농사만 짓던 아카족을 이용해 사업을 하려는 한국인들이 많았다고 한다. 아카족과 함께 가족처럼 지냈던 이진영 씨가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라곤 자신이 공부한 사진, 디자인 등의 재주였다. 이진영 씨는 더 넓은 세상을 배우고자 호주에서 3년, 미요에서 4년을 산다. 이후 2011년 호주에서 다시 태국으로 건너가 친구와 함께 도이창에서 커피농장 일을 시작했다. 지금도 매년 커피 수확철이 되면 서 너 달씩 도이창 커피 농장으로 일하러 떠난다. 2005년부터 지금까지 친구관계를 유지하는 이진영 씨와 미요는 우정을 넘어 가족이 되었다. 심지어 커피사업을 함께하는 팀이 되었다.

오로지 친구를 위해, 친구 가족을 돕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일이 지금 도이창 커피농장으로 만들어진 셈이다. 처음에는 카페를 만들 생각도 없었는데 멀리서도 커피를 맛보기 위해 오는 사람들 때문에 카페공간을 넓혔다. 도이창커피 한국 사무실을 낸 것은 2013년 3월 1일이었다. 도이창 지역은 평야의 대농장이 아닌 산비탈의 고산지대다. 이곳엔 10여개의 커피 가공농장이 있지만 한국의 수요를 충족할 만큼 생산량이 많지도 않다. 정직하게 좋은 원두를 수매, 가공하고 판매하는 사업으로 소작농으로 살아가는 아카족의 땀을 헛되지 않게 노력한다.

“AAA도이창커피농장에서 수확한 수 백 톤 커피를 좀 더 신속하게 결점두를 선별하고 백에 담는 ‘색채선별기’라는 똑똑한 기계가 있어요. 경북 칠곡에 있는 대원 GSI에서 만든 기계예요. 처음 이 고가의 기기를 커피농장에 들여놓기에 자금이 부족했어요. 정직하게 열심히 농장을 운영하는 우리가 믿음이 가셨나 봐요. 도이창에 방문해주신 대원 GSI의 이사님이 색다른 조언을 해주셨죠. “우리가 참가하는 박람회부스에 여유 공간이 있을 때 불러 줄 테니 박람회에서 열심히 커피를 많이 팔아서 그때 기계를 사세요” 라고 하셨죠. 2013년 싱가폴에서 열린 커피 박람회에 초대되어 그 이후로 태국, 한국 등 다수의 커피 관련 박람회에 초대해 주셨답니다. AAA도이창커피농장을 알리는 일등공신이였죠. 마침내 기계도 구입했습니다.”

AAA 도이창커피농장은 자연과 벗 삼아 소박하게 살아가는 태국 고산족 아카족이 만드는 커피다. 이진영 씨는 “지금 아니면 시작 못할 것 같아” 라는 마음으로 커피 농장일을 시작했었다. 내년에는 결혼 때문에 미국으로 이주할 예정이다. 물론 그곳에서도 AAA도이창커피농장 만을 위한 ‘도이창커피농장’을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실하고 정직한 마음으로 좋은 품질의 도이창 커피를 알리는 일은 그녀의 천직 같다. 도이창 커피 맛을 보기 원하는 분은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신풍동 71번지 1층 도이창커피농장을 찾아가 보시길. 벽면 가득 2005년부터 찍어 온 미요가족의 농장생활 모습, 도이창 지역의 그림 같은 사진, 아카족의 순박한 표정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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