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이 말은 추석 무렵에 곡식을 추수하고 햇과일 등이 결실을 맺기 때문에 나왔다. 한가위인 추석에는 일 년 중 가장 먹을 것이 풍성한 계절이다. 하기에 한가위에는 배를 굶주리는 사람들이 없다. “광에서 인심난다”고 했던가? 먹을 것이 풍성한 이 계절에는 서로 나누는 것을 미덕으로 알았다.

우리 민족의 인사 중에 불편한 인사가 있다. “밤새 안녕하십니까?”라는 인사가 대표적이다. 밤사이에 난 사고로 인해 사라지는 사람이 얼마나 많았으면 이런 인사가 생겨났을까? 그와는 무관하다고 해도 밤새 안녕하십니까? 라는 이 인사는 불편하기 짝이 없다. 이러한 불편한 인사는 과거 우리네 삶이 곤궁했을 때 생겨난 것이라고 본다.

지금은 굶주리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고 한다. 하기야 지역마다 무료급식소 등이 있어 아사(餓死) 하는 사람들 소식은 듣지 모했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에겐 ‘보릿고개’의 시기가 있었다. 보릿고개란 가을에 추수를 한 쌀은 떨어지고 봄에 수확하는 보리는 채 수확을 못한 시기를 말한다.

아마 지금 50대 이상이라면 이 보릿고개의 두려움을 알 것이란 생각이다. 보릿고개 때는 초근목피로 연명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어려운 시기를 모르고 지내는 요즈음이야말로 살기 좋은 세상이랄 수밖에 없다. 밤새 안녕이란 인사도, 보릿고개도 사라진 지금 세상이 과연 복지국가이기는 한 것일까?

명절 연휴에 볼 일을 보러 나갔다가 길에서 파지를 모으고 있는 노인을 보았다. 남들은 명절이라고 해서 흥청거리고 있는데 어째 쓸쓸히 혼자 파지를 모으고 있는 것일까? 그 어른은 자식들도 없었던 것일까? 주변에 탐문을 해보니 자식들이 있는데 어머니를 돌보지 않고 찾지도 않아 늘 쓸쓸히 명절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더구나 그 어른이 쓸쓸한 것은 명절이라고 남들은 모두 가족과 함께 보내고 있는데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파지라도 모아야 먹고 살 수 있는 까닭은 호적상에 자식들이 있어 지원금조차 받지 못해서라고 한다. 호적 하나 갖고 모든 것을 치부하는 세상. 과연 이것이 복지국가이기는 할까?

그 어른의 현재 상황이 어떠한지, 자식들이 찾아오기는 하는 것인지, 그런 것은 관계없이 호적상에 자식이 있다고 하여 부양가족이 있으니 지원 할 수 없다는 우리나라 복지의 현실. 참 안타깝다. 그래서 누구는 몇 억짜리 건물을 갖고 있다고 해도 매달 지원을 받는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은 아니었을까?

그 어른에게는 정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야 하는 추석명절”이 다른 때보다 더 외롭고 힘든 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복지란 말 그대로 “좋은 건강, 윤택한 생활, 안락한 환경들이 어우러져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고 했다.

복지국가란 사회복지학에서는 높은 삶의 질이 보장되는 것을 의미한다. 사전에는 구빈 정책, 노동자 권익 보호와 같은 특정 집단에 대한 지원뿐만 아니라 국민 일반에게 사회 복지를 제공하는 것을 체제의 가장 중요한 기능 가운데 하나로 삼는 국가를 복지국가라고 정의되어 있다. 하지만 만날 수도 없는 가족이 있다고 헤서 생계지원조차 하지 않는 나라를 과연 복지국가라고 할 수 있을까? 명절 때 행여 외롭고 쓸쓸한 이웃이 더 이상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리고 온전한 복지국가가 하루 빨리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최종현(수원지체장애인협회장)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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