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K스포츠 재단 관련하여 최순실씨가 권력형 비리 의혹의 핵심으로 등장했다.
미르는 지난해 10월 ‘글로벌 문화교류 행사’와 ‘문화 창조기업 육성’을 내걸고 설립된 공익법인이고, K스포츠는 ‘국민 건강’과 ‘행복 실현’ 등을 내걸고 설립된 재단법인이다.

그런데 이 두 재단의 설립 과정과 돈의 모금, 이후 활동 계획 등 모든 것이 현재 의혹에 휩싸여 있다.

깐깐한 문화체육관광부가 보통 일주일 이상 걸리는 설립 신청 허가증을 하루 만에 즉각 내줬고, 판박이처럼 같은 두 재단의 서로 베낀 서류는 전혀 문제가 되지도 않았다. 하루 만에 설립허가증을 받고 그날 현판식까지 한 재단이 있었다니 두 재단의 이런 놀라운 힘은 어디서 비롯되는 것인지 입방아에 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재벌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적극 협력해 미르에 삼성 125억, 현대차 85억, SK 68억 등 19개 재벌들이 486억원의 출연금을 낸 데 이어 거의 동일한 기업들이 K 스포츠 재단에도 288억원의 돈을 냈다는 점이다. 주판알 두드리는 능력이 대한민국 최고인 재벌들이 무려 8백여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돈을 주면서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으며, 운영에 개입하지도 않는다니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재벌들이 자신들과의 관련 사업과 무관하게 이렇게 돈을 써도 되는 것인지, 지출한 돈이 어떠한 성격의 돈인지, 총수나 경영진의 법적 책임은 없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경제 권력인 재벌들이 이렇듯 순순히 큰돈을 내놓을 때에는 그보다 더 큰 권력이 작용하고 있겠다고 추측하는 것이 상식이고, 바로 그 배후에 최순실씨와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전 경제수석)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것이다. 최씨와 당시 경제수석이 재벌들로부터 돈을 걷어 무슨 목적으로 재단을 운영하려 했던 것인지 밝혀져야 한다. 일각에서는 5공 때 전두환이 퇴임 이후를 대비해 일해재단을 운영하려 했던 것을 떠올리고 있다.

최씨는 박근혜 대통령과 특수한 관계로 알려진 최태민 목사의 다섯 번째 딸이다. 박 대통령과는 40여년을 함께 해 온 볼 것 못 볼 것 다 본 ‘혈육보다 진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이 “박 대통령에게 문고리 3인방은 생살이고, 최순실은 오장육부”라거나 박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으로 비선 권력실세로 알려졌던 정윤회씨보다 “그녀가 더욱 실세”라는 증언을 내놓는 것을 보면 그녀와 박 대통령과의 관계가 어느 정도인지 충분히 상상이 간다.

최씨는 K스포츠 재단 이사장에 자신이 단골로 다닌 스포츠마사지 센터의 대표를 앉히는 등 두 재단의 설립과 운영에 깊게 개입해 주물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심지어 박근혜 정부 초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최씨가 온갖 의혹이 제기되는 우병우 민정수석의 청와대 입성과 발탁에도 관여했으며, 유명연예인 헬스 트레이너였다가 청와대 행정관으로 변신한 윤전추의 인사에도 개입했다”는 주장까지 내놓았다. 그동안 나온 의혹들이 사실이라면 민간인 신분인 최씨가 사실상 재벌들로부터 돈을 걷고, 청와대 인사에도 깊숙이 개입한 셈이다.

2015년 초 ‘십상시’와 ‘문고리 3인방’ 논란을 일으키며 비선실세 의혹을 샀던 정윤회씨에 이어 이번엔 부인이었던 최씨가 비선의 실제 몸통 의혹으로 등장했다.

야당은 정기국회에서 최씨와 청와대 당시 경제수석이 개입된 권력형 비리 의혹이 일고 있는 미르와 K스포츠 재단 관련한 실체를 더 드러내야 하며, 사법당국은 비선에 의한 ‘정경유착’과 ‘국정농단’ 의혹에 대해 진실을 밝히기 위한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

조백현 발행인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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