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일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은 것을 끝으로 3개월 넘게 지속된 롯데 수사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이번 검찰조사는 소리만 요란했지 핵심사안에 접근하지 못한 부실수사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롯데의 비자금이나 이명박 정권과의 유착과 정관계 로비 의혹 등에 대해 전혀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국내 5대 재벌에 속하는 이번 롯데 조사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평할지도 모르겠다. 하기야 신동빈 회장의 2000억원대의 횡령·배임, 창업자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증여세 수천억원 탈루,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의 탈세, 신영자 롯데장학이사장의 80억원대 배임·횡령,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한국 계열사로부터 10년에 걸친 400억대 공짜급여 수령 등 총수 일가의 백화점식 비리 혐의를 적발하기는 했다.

그러나 검찰이 밝혀낸 내용들은 롯데재벌의 계열사 간 복잡하게 얽혀있는 불투명하고 전근대적인 소유지배구조와 총수 멋대로의 ‘황제 경영’을 고려할 때 충분히 예측 가능했던 정도의 비리였을 뿐이다.

국민이 정작 검찰 수사에 관심을 갖고 기대했던 건 어떻게 롯데가 이명박 정권에서 초고속 성장을 할 수 있었던가에 대한 진실규명이었다. 부산 롯데월드 터 용도변경, 면세점 확장, 맥주사업 진출 등에서의 특혜설과 이명박 집권 전 40조원의 자산을 5년 만에 84조원으로 2배 이상 늘리고 계열사를 46곳에서 79곳으로 늘린 단기간의 급속한 재산축적이 어떻게 가능했는지의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기대했던 것이다.

특히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임기 6개월밖에 남지 않았던 공군 참모총장까지 경질하며 10년간 군에서 반대해왔던 잠실 제2롯데월드 건설 인허가를 승인해 준 배경은 꼭 밝혀냈어야 할 특급 비리 의혹이다. 그러나 재벌의 이익이 국가 안보보다 우선했던 이명박의 특혜 지원 의혹에 대해 검찰이 고개를 돌려 버림으로써 이제는 검찰 자신이 의혹의 대상이 돼버렸다.

검찰은 엄청난 비용을 들여 공항 활주로 각도까지 틀어 사업을 승인한 의혹과 함께 용적률과 건폐율 상향 조정으로 롯데월드 타워의 높이를 당초 115층에서 123층으로 변경한 추가특혜 의혹까지 조사했어야 했다. 사상 최대의 압수수색을 실시했다고 하면서도 정작 가장 중요한 제2롯데월드 시행사인 롯데물산에 대한 압수수색은 하지 않은 검찰의 롯데 수사방향에 대해 국민이 공감할 수 없는 이유이다.

롯데는 골목상권 파괴, 청년알바 노동착취, 하청업체에 대한 횡포, 가습기 살균제 인명피해 등 온갖 악행과 서민의 피눈물로 자본을 축적한 아주 질이 좋지 않은 재벌이다. 서민경제를 파괴하고 일본으로 국부를 유출한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무엇보다 이명박과 사돈기업이었던 효성과 함께 MB 정권시절 최대의 특혜기업으로 각종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롯데가 비자금을 어떻게 얼마나 조성했는지, 그 돈을 정치권에 어떻게 뿌렸는지에 대한 의혹에 대해 검찰이 제대로 밝히지 못한 건 롯데의 수사가 핵심이 빠진 잘못된 수사였음을 의미한다. 이래서야 어떻게 정부가 공정사회와 법치주의를 국민에게 내세울 수 있겠는가. 롯데와 이명박 정권의 정경유착 의혹에 대한 수사가 처음부터 다시 철저하게 진행돼야 한다.

조백현 발행인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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