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왔다. 들판은 황금물결로 출렁인다.
성실하게 땀 흘린 농부는 땀의 결실을 수확해 들일 것이며 그 가족은 배부를 것이다.
그런데 우리 대한민국 정치판은 이 가을에 무엇을 거둬들일 것인가.
그리고 우리 국민의 밥상은 얼마나 따뜻할 것인가. 매우 우울하고 비관적이다.

한때 세계 1위를 자랑하던 조선사업은 풍비박산, 구조조정이란 이름으로 실업자를 양산했으며, 세계 바다를 주름잡던 해운업 역시 박살나, 한진해운의 선박은 외국 항구에 입항하지도 못하고 미아처럼 바다위에 떠 있다. 이제 파산이냐 회생이냐 초읽기 운명에 놓여있는데, 한진해운은 동네 구멍가게 수준의 작은 기업이 아니라 문제가 심각하다. 파산이나 청산으로 들어가면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며 국가 신인도에도 큰 문제가 발생한다. 그럼 살려야 하는데 살리는 방법은 공적자금의 투입이다.

그러나 정부는 공적자금 투입을 앞에 놓고 골머리를 싸매고 있다. IMF 때도 그랬고 파산 직전의 은행과 기업에 공적자금을 수혈한 예가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거대 기업이 무너지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대부분 도덕성 해이에서 오는 방만한 운영 탓이 크다. 회사가 망한다는 정보를 미리 알고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다 팔아치운 회장 최은영의 예에서 보듯 문제는 바로 도덕성의 해이이다.

그렇게 무너지는 기업에 국민의 혈세를 쏟아 붓는 관행이 계속되면 또 다시 <배 째라> 정신으로 도덕성 해이를 불러오지 않겠는가. 때문에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국민은 밥상머리 앞에서 우울해지는 것이다.

이 청명한 가을에 우울함은 그 뿐이 아니다.

현대 자동차 노조가 부분 파업에 돌입했고, 성과연봉제를 반대하며 금융노조가 파업했다. 그리고 뒤이어 철도 지하철 노조가 연대파업에 들어갔다.

대체인력으로 지하철이 80% 가동된다고 하지만 출퇴근길에 발이 묶인 회사원들은 짜증스럽다. 그리고 한진해운의 물류대란에 이어 운송대란이 기다리고 있다. 파업에 돌입한 노조원의 요구가 부당한 것인지, 사측의 기업 운영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 일반 국민은 잘 모른다. 그 문제는 당사자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서로 타협하고 양보하며 해결해 갈 문제다. 그 해결이 어려울 때 정부당국이 조정에 나서 노사정 합의를 끌어내는 것이며, 국회 또한 양쪽 요구가 원만히 해결되도록 애 쓰는 법이다. 국회가 꼭 나서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통상 그렇게 해왔다.

그런데 우리는 국회를 믿을 수 있는가?

크고 작은 문제로 국감이 기다리고 있는데 국회는 마비상태다. 이정현 여당 대표가 국회의장 사퇴를 요구하며 단식투쟁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매우 이상하고 희귀한 상황이다. 상식적으로 단식투쟁이란 야당 의원, 혹은 힘없는 민중의 전유물이었는데 여당 대표가 단식투쟁에 나서다니! 그것도 밀실에서 비공개 단식이라니 더욱 구차스러워 보인다. 마치 엄마 앞에서 밥 투정부리는 코 흘리개 응석 같다.

여당은 늘 입버릇처럼 말해오지 않았던가?
야당이 발목을 잡고 식물국회로 만들고 있다고!

사드 배치 논란에서부터 청와대 민정수석 비리, 북핵 문제에 철도 파업 사태, 크고 작은 현안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발 벗고 뛰어도 시간이 모자랄 판에 국회를 마비시켜서야 되겠는가. 대체 국민을 어떻게 생각하기에 이런 몰염치한 행위를 하는지 모르겠다.

이것이 한진해운 최은영 회장의 도덕성 해이와 뭐가 다르겠는가? 국민의 머슴을 자처하며 국회의원 뺏지를 단 자가 무슨 빽을 믿고 이러는 것인지 어처구니가 없다. 진정으로 국민의 머슴이 되겠다면 코미디를 끝내고 빨리 밥 먹어라. 그리고 국회를 정상화 시켜라. 국민의 고충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머슴이고 국회의원이고 자격이 없지 않는가?

오태영 작가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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