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상태에도, 구하려는 사람에게까지 잔인하게 직사 물대포를 계속 쏘아대고 있다.(사진=tbs 영상 캡처)

박근혜 정부가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에서 보여준 ‘잔인함’은 분노를 자아내게 만든다. 국민을 보호해야 할 정부가 직사 물대포로 학살을 자행해 놓고도 진상규명에 협조하기는커녕 작년 11월 14일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이후 1년 가까이 ‘사과’나 ‘위로’ 한 번 한 적 없다. 세월호 사건 당시 전국민이 TV로 지켜보는 가운데 수백명의 학생들을 차가운 바다에 수장되게 하고도 반성은커녕 진실을 은폐하고 유가족들을 탄압하는데 일관한 모습과 판박이다.

정부의 이러한 비인간적 입장은 지난해 11월 24일 국무회의 자리에서 박 대통령이 “다자회의 참석차 출국했던 지난 11월 14일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대규모 과격시위와 불법폭력 사태가 일어났다”며 “모든 국무위원들은 비상한 각오를 가져야 한다. 이번에야말로 배후에서 불법을 조종하고 폭력을 부추기는 세력들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처리해서 불법과 폭력의 악순환을 끊어내야 할 것”이라고 발언한 이후 일관돼 왔다.

쌀값 폭락과 농촌 말살 정책에 의해 생존권을 짓밟힌 농민이 도로에 나와 하소연을 했다고 해서 공권력으로 짓밟은 후 사경을 헤매는 농민에게 최소한의 유감조차 표현하지 않은 채 법질서 확립만을 강조하는 잔인한 대통령의 심장 온도는 대체 몇도인가. 인간의 탈을 쓰고 이럴 수는 없다. 과연 이러한 대통령에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맡겨도 되는 건지 의문이다.

백남기 농민의 사망 전후에 보여준 경찰과 박근혜 정부의 파렴치함과 뻔뻔함은 상상 이상이다. 청문회장에 나온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경고 없이 직사물대포를 발사한 것에 대해 사과하라’는 야당 의원의 요구에 “사람이 다쳤다고 무조건 사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기가 막힌 답변을 내놓는가 하면, 백남기 농민의 부인 앞에서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여줘 공분을 샀다.

비리백화점 의혹 우병우 민정수석에 의해 검증된 음주운전 신분은폐 범죄자 출신 이성철 현 경찰청장은 불법 폭력시위만을 부각시킬 뿐이다.

경찰은 사망 후에는 유가족의 반대에도 백 농민의 몸을 갈기갈기 찢어 놓는 부검을 강행한다며 두 번씩이나 압수수색검증영장을 청구해 기어코 법원으로부터 받아냈다. 그동안 진상규명에 소극적이었던 경찰의 부검의도가 의심스럽다. 경찰이야 어떻게든 사인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들어 면책을 하려고 부검을 하려는 것이겠지만, 백남기 농민이 직사 물대포에 맞아 아스팔트로 쓰러진 생생한 영상이 있고,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서 사투를 벌이다 돌아가신 것은 전국민이 다 아는 사실이다.

이 사건을 조사한 바 있는 유엔의 마이나 키아이(Maina Kiai) 등 인권 특별보고관들 역시 28일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당시 경찰의 물대포 사용에 대해 철저하고 독립적인 수사를 실시할 것을 촉구한다. 동영상을 통해 볼 때 물대포 사용이 백남기 농민을 죽음에 이르게 한 점은 분명하다”며 ‘부검을 실시하지 말 것’을 촉구한 바 있다.

백남기 농민은 박정희 독재정권 당시 유신반대 투쟁으로 옥고를 치른데 이어 박정희의 딸 박근혜 정부 하에서 생존권 위기에 몰리다 마침내 물대포 직사에 맞아 생명까지 빼앗겼다. ‘정의’와 ‘상식’이라곤 존재하지 않는 이 땅의 부조리한 현실이 낳은 비극이다.

대통령과 경찰은 이제라도 대오 각성해 백남기 농민과 유가족에게 사죄하고 위로와 함께 최대한의 피해보상을 통해 마음의 한을 풀어줘야 한다. 법과 질서, 공권력은 국민 위에 군림하고 탄압하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약자를 보호하고 따뜻하게 감싸 안을 때 의미가 있다.

조백현 발행인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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