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하다 = 게으르다 = 노력을 하지 않는다’라고 평가하는 사회이다. 다이어트 열풍은 식을 줄 모른다. 깊이 뿌리박힌 외모지상주의는 끊임없이 다이어트와 외모 가꾸기에 열을 올리게 만든다. 그런데 문제는 살을 빼지 않는 사람들, 좀 뚱뚱한 사람들을 노력하지 않는 인간으로 평가 절하해 버리는 사회의 잘못된 인식이다.

얼마 전에는 모 방송국 스페셜 프로그램에서 파격적인 주장의 다이어트 방법을 내놓았다. 우리가 주식으로 먹는 쌀, 밀가루 등의 탄수화물이 다이어트의 적이며 지방을 많이 먹으라는 주장이다. 한 때는 단백질 식단으로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 적도 있다. 황제다이어트, 소고기 다이어트, 덴마크 식단 등은 단백질 위주의 식단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지방을 먹으라고 한다. 돼지비계, 소비계뿐 아니라 우유, 달걀, 치즈, 버터 등의 유제품까지도 지방에 포함시켰다. 삼겹살을 마음껏 먹어도 살이 빠졌다는 사람들을 비교 군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덩달아 삼겹살 값이 치솟고 있다.

탄수화물을 줄여라, 단백질만 먹어라 하더니 이제는 지방을 최대한 먹으라니! 의학적인 정보는 넘쳐난다.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고 다이어트하는 방법이 다른데 획일적으로 균일한 식단이나 방법론을 제시하는 방송이다. 우리의 몸은 기초대사량으로 하루에 필요한 열량을 소모하고 남은 것은 몸에 저장한다. 상식적인 말이다. 그렇지만 방송에서 어떤 다이어트 방안이 획기적인 것처럼 포장하여 방송할 때 사람들은 혼란스럽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기준을 세우기 어렵다.

문제는 다이어트 방법론에 있지 않다. 정보의 과잉도 문제지만 다이어트를 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들여다보아야 한다. 과거에는 통통한 여자는 복스럽다거나 맏며느리감이라고 칭찬했다. 남자도 살집이 있고 풍채가 좋아야 사람 좋아 보인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런데 이제는 조금 통통한 사람도 스스로 좌절감에 빠지고, 패배감을 느낀다. 구직자들이나 예비 신부는 특히 다이어트에 목숨을 건다. ‘살을 빼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 자기계발에 실패한 인간’ 으로 치부하기 때문이다. 이미 결혼시장, 취업시장에서 뚱뚱한 사람들은 아예 진입할 수도 없다.

아름다움에 대한 잘못된 기준이 팽배해 있는데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는 것이 더욱 문제다. 끊임없이 대중문화는 외모에 대한 기형적인 기준을 제시한다. 성형 수술한 연예인, 걸그룹, 빨래판 복근의 남자배우 등의 외모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목표처럼 여겨진다. 사람들은 아름다운 외모에 매력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에는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에 다양성이 없다.

살을 빼야 인격적으로 괜찮은 사람이 된다는 말도 안되는 생각에 빠져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살만 빼면 된다는 식의 사고도 문제다. 다이어트에 성공하여 반전 몸매를 갖게 된 사람은 황금빛 인생이 펼쳐진 것처럼 추켜세운다. 분명한 것은 다이어트는 자본과 결탁한 사업의 일환이며, 거대한 이윤의 수단이 된다는 점이다. 언론의 무분별한 정보나 자본의 속임수에 속지 말아야 한다. 다이어트로 성공하지 않아도 우리는 모두 괜찮은 사람이라는 믿음을 갖자.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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