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맞아 경기도 전역이 축제의 열기에 휩싸였다. 안성바우덕이축제, 수원화성문화제, 남양주슬로라이프대회, 고양가을꽃축제, 오산독산성문화제 등 각 지자체별로 지역의 문화와 역사, 자연적 환경을 이용한 전략 프로그램들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 2001년도에 시작한 ‘안성바우덕이축제’는 2006년부터 유네스코 공식자문협력기구의 CIOFF®의 공식축제로 지정될 정도로 ‘가장 한국적인 축제’라는 찬사를 들으며 대한민국의 대표 축제로 자리잡아가는 중이다. 올해 9월 29일부터 10월 3일까지 4박5일간 진행하며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무려 65만여명이 찾아와 축제를 즐겼다고 한다. 지역의 농·특산물 판매고도 19억여원에 이르렀다고 하니 연휴도 잊고 고생한 주최 측이 보람을 느낄 만 하다.

인구 20만도 안되는 안성시의 이러한 성취는 축제가 얼마나 지역문화와 경제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잘 보여준다. 해를 거듭하면서 안성바우덕이축제는 역량을 축적하고 내용을 풍부하게 하면서 더욱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해당 자치단체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여성 꼭두쇠로서 ‘남사당패’를 이끌었던 전설적인 예인 ‘바우덕이’의 일화를 바탕으로 전통문화를 계승·발전시키면서 지역의 발전전략과 연계해 온 지도자와 예술가, 지역민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노력한 결과라 하겠다. 이제 안성바우덕이 사당패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예술혼’의 상징으로, 안성시민의 ‘자부심’이 되었다.

그런데 안성시 이상으로 지역문화와 축제에 대한 ‘철학’과 ‘지향점’을 분명히 하고 노력하는 지자체가 있다. 바로 수원이다. 수원 시민들의 ‘수원화성’과 그에 맞춘 스토리텔링의 주인공 ‘정조대왕’에 대한 애정은 거의 종교적인 수준이다.

백성을 사랑한 개혁적인 통치자 정조와 정약용 등 실학자들이 함께 만들어낸 성곽도시 수원화성은 과학과 예술성이 결합된 조선 후기 토목건축의 백미로 유네스코에 등재된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문화재이다. 화성성역의궤라는 책에 설계부터 동원된 사람, 장비, 건설 방법, 공사 기간뿐만 아니라 소소한 일까지 화성 건축의 모든 과정을 철저히 기록해 전쟁 등으로 파괴된 성을 거의 완벽하게 복원할 수 있었다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조선시대 왕가에서 가장 불우한 일생을 마친 사도세자와 부인 혜경궁 홍씨, 그들의 아들이었던 정조대왕과의 사이에 얽힌 ‘효’와 ‘그리움’ 등의 원초적 감정의 문제는 문화재의 가치와 함께 극적인 이야기거리와 상상력까지 더해준다.

프로 행정가 염태영 시장의 수원시는 수원화성 축성 220주년을 맞아 오랫동안 ‘2016 수원화성 방문의 해’를 준비했다. 관광문화도시로의 비전으로 수원시가 거듭나고자 하는 시도였다. 몇 년 전부터 행궁광장 조성과 차 없는 거리 조성을 진행했고, 올해 내내 KBS 열린음악회, 수원연극축제, 아시아모델페스티벌 in 수원, K-POP 슈퍼콘서트, 수원국제음악제 등 다채롭고 수준 높은 문화프로그램들을 선보였다.

이제는 백미인 ‘수원화성 문화제’와 ‘정조대왕 능행차 재현’을 코앞에 두고 있다. 특히 능행차 재현은 수원종합운동장에서 화성행궁까지 이르는 2~3㎞ 구간만 재현됐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최초로 서울에서 수원까지의 정조대왕의 여정을 그대로 재현한다. 서울 창덕궁을 출발해 배다리를 건너 안양과 의왕지역을 지나 화성행궁까지 이르는 45km 구간인 이 퍼레이드에 참여하는 인원만 3100여명에 이른다. 수원시는 능행차를 완벽히 재연해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하고 수원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가장 보고 싶어 하는 최고의 관광자원으로 만들 것을 꿈꾸고 있다.

지난 7월 ‘수원화성 방문의 해’ 중간평가 보고회에 따르면, 전년대비 88.6% 증가한 307만여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다고 하니 올해 말까지 수백만명은 더 수원을 찾을 것이다. 수원의 인지도 재고와 장기적인 유무형의 문화적, 경제적 성과를 고려하면 엄청나게 투자했을 예산 이상의 가치는 충분히 뽑아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듯 전통과 문화도 살리면서 지역과 국가를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축제를 고민하는 자치단체가 있는 반면 철학도, 장기적인 전략도, 노력도 없이 그저 정치적인 보여주기식 행사에 머무는 곳도 있다. 내거는 주요 프로그램은 많은 돈을 써서 손쉽게 사람을 모을 수 있는 대중가수 불러다 일회성으로 한바탕 신나게 노는 것이다. 거리엔 인기연예인 얼굴과 이름을 내건 깃발을 지역 전체에 도배해 참여를 강요하고 축제장에 와서 즐길 것을 선동한다. 하룻밤의 허무한 유희요 혈세 낭비 범죄행위이다. 이런 질 낮은 축제는 지역의 비전에 대한 고민 없이 단지 사람을 모아 얼굴 비추려는 정치인들과 이들과 야합한 문화예술 행정가들이 만들어낸다. 결국 종합예술인 축제는 그것을 주도하는 사람들의 ‘수준’에 따라 ‘품격’과 ‘성과’가 결정될 수밖에 없다.

조백현 발행인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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