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이들의 공통적인 고민이 있다. ‘책을 읽어도 남는 게 없어요’ 라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 그때뿐이고 뒤돌아서면 무슨 내용이었는지 도대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남는 게 없다고 생각하니 책 읽을 이유가 없다. 결국 책과 거리감을 두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읽으나 읽지 않으나 똑같은데 뭣하러 읽느냐는 거다. 이는 독서를 실용적 관점으로만 접근해서 그렇다.

책을 읽는 이유는 비단 시험점수를 좋게 하기 위해서일까? 독서를 많이 하면 이해력과 사고력이 높아지고 생각의 힘이 길러진다고 한다. 그런데 수치적으로 측정 불가능하고, 어느 정도 읽어야 생각의 힘이 생기는지 기간도 예측할 수 없다.

“선생님, 우리 애는 어릴 때부터 독서를 좋아하는데 시험 성적은 왜 오르지 않을까요?” 라는 질문을 많이 들었다. ‘독서=시험성적’과 이라는 공식이 어디서부터 기인한 걸까. 모 방송 프로그램에서 독서영재에 관한 방송이 나온 적 있다. 하루에 책을 50권 이상 보는 초등학생이 있었다. 굉장히 똑똑하고 학교 공부 잘 할 거라고 생각했으나 그렇지 않았다. 학교 수업과는 무관한 독서만 할 뿐이다. 뛰어노는 시간이나 친구들과 노는 시간도 거의 없다. 독서만 하는 아이의 뇌를 검사했더니 스마트폰 게임에 몰입할 때의 상태와 그리 다르지 않았다. 바로 책 읽는 것 자체에 중독되었을 뿐이다.

진짜 책읽기가 사고의 힘을 키우고, 세상을 이해하는 넓은 시각으로 변화가 되기 위해서는 타인과의 관계가 더욱 중요하다. 책 속의 모든 지식을 머릿속에 기계적으로 넣는 것은 의미 없다. 많이 아는 것이 똑똑한 사람이라 평가하는 시대가 아니다. 알고 있는 것들을 어떻게 다양한 분야로 연결 짓는가가 더욱 중요하다.

책을 많이 읽기보다는 좋은 질문을 던지는 훈련이 필요하다. 줄거리나 내용 파악이 중요한 게 아니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책은 각자 다르다. 책의 문장 하나가 오랫동안 마음에 남기만 해도 한 권의 책이 큰 역할을 한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소년에게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준 사람은 노인이었다. 소년은 노인을 사랑했다” 라는 표현은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의 문장이다. 한 문장으로 수많은 질문을 만들어 볼 수 있다.

‘나에게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것을 가르쳐 준 사람은 누구인가?’
‘나에게 있어서 고기 잡는 일과 같은 것은 무엇인가?’
‘사람들에게 배움의 이유는 무엇일까?’
‘고기 잡는 법은 소년의 인생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나?’
‘소년이 노인을 사랑한 이유는 무엇일까?’
‘소년과 노인의 관계처럼 나에게 있어서 소중한 관계는 누구인가?’

책에서 얻은 한 문장이면 된다. 그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질문, 특히 스스로에게 던질 수 있는 질문이 중요하다. 읽은 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질문하며 읽는 훈련이 필요하다. 좋은 질문을 던지면 대답은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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