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출산휴가 얼마나 썼어?”

아이를 낳고 2주간 머문 산후조리원에서 엄마들이 내게 묻는 공통 질문 중 하나였다. 평일 내내 병원 곳곳을 활보하고 다니는 신랑이 신기했던 모양이다.

조리원은 친정엄마는 못 들어가도 남편만큼은 함께 생활할 수 있었는데, 막상 산모들의 남편은 찾기 힘들었던 터. (대부분 퇴근 후 혹은 주말에 잠깐 와서 아이를 보는 식이었다.)
왜냐. 출산 휴가를 못 썼기 때문이다.

현재 아빠의 경우 최대 5일의 범위 내에서 3일까지는 유급, 나머지 2일은 무급으로 법정 출산휴가를 갈 수 있다. 그런데 5일은 커녕 하루도 겨우 썼다는 이들이 수두룩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빠 출산휴가’에 대한 사내 분위기는 생각보다 흉흉했다.

남편이 은행원에 다닌다는 한 언니는 첫째 아이를 낳았을 때 3일 썼다고 상사에게 불려간 기억이 있어, 이번에는 눈치껏 하루만 썼다고 했다. 다른 언니는 아이가 태어났는데 연휴만도 못한 상황이라며 격분했다.

출산휴가가 이러한데 육아휴직은 뻔할 뻔자 아니겠는가. 친정엄마가 즐겨보는 MBC 일일드라마 ‘워킹맘 육아대디’는 이런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최근엔 아내를 대신해 육아휴직계를 낸 남편 재민(박건형)이 회사에 복귀하자, 직장 동료들에게 갖은 욕설과 질타를 받고 있는 상황. 일종의 징계 형식으로 일터에서 가차 없이 쫓겨나는 상황까지 내몰린 터라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한다. 현 사회를 겨냥한 ‘웃픈(우습지만 슬픈)’ 드라마를 보며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다’가 아닌 ‘현실은 이보다 더 할 수 있겠다’ 싶었다.

정부는 남성의 육아참여를 지원하기 위해 △배우자 출산휴가 △육아휴직 △아빠의 날 인센티브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운영 중이다.

특히 한 아이에 대해 부모가 모두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나중에 휴직하는 사람의 휴직 첫 3개월 간 급여를 통상임금의 100%(최대 150만원)까지 지원하는 제도도 도입했다. 그럴싸하다. 또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근로자가 육아휴직 대신 근로시간을 단축해 근무하면 통상임금의 60%를 기준으로 근로시간에 비례해 고용보험에서 임금을 지급한다.

급기야 최근에는 현행 3일에 그치고 있는 배우자의 출산휴가를 최고 30일까지 늘리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서 다수 발의됐다.

사실 정책이야 특별히 문제될 건 없다. 지켜만 준다면. 사업체가 그런 분위기라면. 문제는 우선순위다. 국가의 지원과 법안 마련도 반가운 일이지만, 정부는 무엇보다도 인식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 이를테면, 관련 강의를 듣게 해준다던가, 토론을 한다던가, 워크숍을 간다던가, 인식 개선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보는 거다. ‘남성과 여성이 육아휴직을 쓰면 인사상 불이익이 생긴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개선되어야 제도도 제대로 정착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남성 출산 휴가의 가장 큰 혜택은 엄마다. 집안일 분배가 도모되고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이 활발해지며 남녀평등이 가능해진다.”

그렇다. 생각의 편협함을 바로잡으면, 우리 모두의, 각자의 삶이 달라질 수 있다. 우리의 인식이 개선되지 않으면 사회는 정체될 수밖에 없다. 반면 우리의 생각이 바뀌면 ‘삶의 권리’를 누리며 살 수 있다. 육아에 있어서만큼 고용자와 근로자가 상생하는 긴밀한 협조 체계를 구축한다면, 조금 더 나은 세상이 기다리고 있다고 나는 여전히 믿는다. 믿고 싶다.

이소영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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