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독산성문화제가 열린 오산에서 경기재인청 관련한 춤 공연이 지역사회에 처음으로 선보여졌다. 도살풀이, 진쇠춤, 엇중모리 신칼대신무, 태평무, 승무, 터벌림, 경기살풀이, 설장고 등 모두 여덟 종류의 춤이 재인무대에 올랐던 것이다. 접하기 쉽지 않았던 이들 공연을 보고 사람들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하고, 경기재인청이 과거에 오산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사람들은 늦게나마 재인청 예술혼의 실체가 드러난 것에 대해 반가워했다.

경기재인청은 오산시 부산동에 소재한 조선시대 예인들 조직의 총본산이자 한국 전통문화의 뿌리로 알려져 있다. 지금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아이돌 가수의 춤과 노래, 사물놀이 등 공연이 과거 조상들의 대중문화였던 재인청 예술에 영향을 받지 않았을 리가 없고, 향후 진정한 한류의 진수로 세계로 뻗어나갈 가능성이 높다.

오산은 경기남부 인구 20만의 작은 소도시이다. 수도권의 경부선에 위치해 있어 교통이 편리하다는 것 외엔 땅이 작고, 자본과 노동력이 풍부하지도 않고, 자연환경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오산오색시장이 유명하다는 것과 사적 제140호인 독산성이 있다는 것 외엔 오산을 넘어선 발전 전략을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다.

독산성은 백제시대 지어진 전투산성으로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역사적, 문화적 가치가 훌륭하지만 현재와 같은 독산성문화제의 내용으로는 10년을 되풀이해도 전국의 사람들을 끌어 모을 수 없다. 지역적 한계가 분명하다. 해마다 몇 억 씩 적지 않은 예산을 쓰지만 상상력을 펼쳐 관관상품화하기가 쉽지 않다. 임진왜란 때 권율 장군이 쌀을 말등 위에 부어 물로 현혹시켜 왜군을 물리쳤다는 스토리는 축제 때마다 되풀이되면서 식상함을 극복해야 할 상황이다.

물향기수목원, 오산오색시장, 독산성은 오산의 몇 안되는 훌륭한 역사·문화·생태적 자산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후 경기재인청의 복원과 재인청 예술의 전승이 오산의 역사·문화·경제를 좌우하며 지역의 정체성을 만들어 나가게 될 것이다. 물론 전제 조건은 지역의 지도자와 문화예술가, 시민이 얼마나 경기재인청이 갖고 있는 가치나 잠재성을 이해하고 장기 전략을 세우고 열정과 노력으로 이를 성사시켜 내느냐의 여부이다.

고 명창 박동진 선생 생전에 “재인청은 우리나라 3도(경기, 충청, 전라)에 구성된 예인집단이지만 그 모든 재인청을 관할한 것이 바로 경기도 오산리에 있던 재인청이었다”고 술회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오산의 부산리 일대에는 8대째 대를 이어 거주하던 경기재인청 대방 이용우 가문이 있었다고 한다. 당시 모두 8집의 일가가 살고 있었으며, 그 가족 구성원 중에는 화랭이와 무녀, 악사 등 다양한 재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 재인청의 마지막 예능을 지켜내고 있었다니 이러한 역사적 사실은 이후 오산의 축복이 될 것이다.

오산 시민들은 과거 4만여명의 재인을 관리했던 전통예능의 본산이 오산에 있었다는 사실에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 또한 지역사회 발전과 전통문화 계승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담당하는 사명감을 갖고 TF 팀이라도 꾸려 재인청 복원과 10년을 내다보는 장기 발전전략을 모색하기 바란다.

구체적으로는 ▲조례로 부산동을 ‘경기재인마을’로 지정하기 ▲재인청예술단 신설과 재인청 학교 추진 ▲상설공연장 건립 ▲축제 및 각종 공연 개최 등이 필요하다.

재인청 관련해선, 정파를 떠나 지도자와 시민이 힘을 모으고, 지역 내외의 모든 전문가와 예술인들의 지혜와 참여를 끌어내야 한다.

조백현 발행인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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