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왜 이렇게 시끄러운 것인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국민을 괴롭히는 이 시끄러움의 시발점은 늘 그래왔듯 정치권인 것 같다.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리 문제가 시끄럽더니, 비선 실세 최순실과 미르재단 비리가 터져 나오고, 사망한 농민 백남기씨의 시신과 사망진단서를 놓고 시끄럽더니, 블랙리스트의 실체가 밝혀지며 예술계가 벌집 쑤셔 놓은 듯 시끄럽다.

그리고 이 문제들의 공통점은 어느 것 하나도 명쾌하게 해결된 것이 없다는 점이다. 이처럼 의문의 사건이 해결 없이 누적되다보면 국가 자체가 위태로워질지도 모른다.

그런 이유에서 일까? 예술계는 블랙리스트 파문을 계기로 대통령 탄핵 서명운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과거 예를 보면 예술인들이 행동으로 나설 때 주로 시인과 소설가 등 작가들이 앞장섰다. 그런데 이번에는 젊은 연극인들이 주축을 이루는 새로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들의 행동이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지, 대통령 탄핵으로 발전할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사회 일각에서는 예술계 검열 아니라도 시끄러운 문제가 많은데, 하필 이 시기에 예술인까지 나서서 시끄럽게 하느냐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지만, 이들은 대한민국 헌법을 들고 나왔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며,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는데 대통령이 헌법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 블랙리스트란 무엇인가.

블랙리스트를 밝히기 위해선 우리가 주권을 잃고 식민지 백성으로 살아야했던 일제 식민지 시절로 거슬러 내려가야 한다. 당시 일본은 조선인의 독립정신과 고유문화를 말살시키기 위한 정책으로 검열제도를 만들었다. 때문에 동아일보 조선일보 등 언론은 조선총독부의 검열을 피해갈 수 없었으며, 시인 작가의 작품과 연극 공연 또한 검열을 받아야 했다. 즉 조선인 투쟁의지와 민족정기의 싹을 초장부터 잘라버리기 위한 제도이며, 그 검열제도에 걸려든 시인과 작가의 명단이 블랙리스의 원조인 것이다.

그런 의시시한 검열제도도 해방과 더불어 폐기처분 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다시 검열제도가 부활 하는데, 그 시기가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이다. 모든 예술행위는 발표하기 전 <공연예술윤리위원회> 라는 국가기관에 사전 검열을 받아야 했다.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아 대통령에 당선된 박정희는 정권의 부당성을 외치는 시인과 작가의 입을 틀어막기 위한 탄압의 도구로 검열제도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 예술인 탄압의 제도는 불행하게도 전두환 정권에서도 필요했다. 그리고 이 악랄한 제도가 비로소 없어진 것이 1989년 노태우 정권 때이다. 우리나라 시인은 이처럼 오랜 세월 검열제도 아래 신음하며 ‘자유’를 마음껏 노래하지 못했던 것이다. 예술인으로 이 땅에 사는 게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이제 검열제도는 없어졌다. 모든 예술인은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검열 대신 예술인 탄압의 교묘한 방법이 박근혜 정권에 의해 새롭게 만들어졌다. 모양만 바꾼 검열제도의 부활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삐딱한 감독, 좌파 연출가, 찍힌 작가, 불온한 시인, 시끄러운 배우는 지원금을 끊는 방법이다. 예술인을 색깔로 구분해 놓고 돈으로 예술인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다.

청와대의 비리에는 눈을 감고 제발 ‘국가 찬양’ 의 노래만 부르라는 것이다.

이에 반대하며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젊은 예술인들이 옳은가 아니면 세상을 시끄럽게 만드는 경거망동에 불과한가.

적어도 그들은 ‘헌법’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를 들고 나왔다. 그들의 행동을 지켜 볼 일이다.

오태영(극작가)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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