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거짓말 하지 않죠! 오히려 자연의 겸허함을 배우게 되는 것이 진정한 치유입니다. 나무와 이야기 나누다 보면 스스로 힐링이 되고, 삶이 고요해집니다.”

수원 행궁동의 화홍갤러리에서 28일부터 수원서각연구회의 서각전이 열린다. 서각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박영환 씨는 전직 태권도 학원 관장이다. 20년 넘게 태권도를 가르치고, 몸을 단련하는 일을 하다가 어떻게 전각을 시작하게 되었을까. 나무를 좋아하고, 하나하나 만들면서 취미로 시작한 일이 새로운 직업이 되었다.

나무에 글씨를 새기거나 그림을 넣는 서각은 자연스러운 나무 결을 따라 모양을 하나하나씩 새기는 작업이다. 강함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자연 그대로의 재료가 주는 친밀감이 좋다.

행궁동에서 ‘나무아저씨’ 공방을 하고 있는 박영환 작가는 이곳을 예술거리로 만들기 위해 애썼다. 수원 지역에서 마을만들기를 위한 거리 조성에 작가로서 참여하였다. 얼마 전에는 MBC드라마 ‘운빨로맨스’의 촬영장소가 되었다. 배우들이 공방 앞에서 나무로 만든 솟대를 고르는 장면이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나무아저씨’ 공방에서 솟대만들기 체험도 한다. 이처럼 수원의 공방거리가 활성화된 데에는 박영환 작가의 힘이 크다.

주중에는 수강생들을 가르치고, 주말에는 마을 사업 및 다양한 개인 작품을 만드는 등 쉴 새가 없다. 자신이 너무 좋아하는 나무 깎는 일을 해서인지 표정이 행복하다.

“월~금까지 대부분 빈 시간이 없어요. 저는 하나를 하더라도 열심히 하는 수강생을 원해요. 2번 이상 나오지 않으면 그냥 잘라 버려요. 수강료와 재료비도 아주 최소한의 금액만 받고 합니다. 돈을 벌기보다는 자연에 대한 애정을 가지면서 나무로 자기 수양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어요.”

나무를 깎고 두드리고, 새기고... 망치와 끌 단 두 가지의 도구만으로 작품을 만들어 나간다. 시간이 걸리는 만큼 혼을 쏟게 되고, 작품 하나하나가 완성될 때마다 희열이 크다. 자연의 꾸밈없음, 편안함을 그대로 전달하고 있는 작품들을 보면서 예술이 주는 힘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내가 사는 지역을, 공간을 아름답게 바꾸고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일은 타인에 대한 감수성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도 먹고는 삽니다. 많이 벌지는 않아도 최소한 내가 누릴 자유만큼은 책임지고 살아요. 작품이 많이 팔려야 하는데 대부분의 예술가가 그렇듯 풍족하진 않아요. 그래도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이후 다음 날 지방에서 찾아와 작품을 구매하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가치를 알아보고 끌림을 느낀 사람만 작품을 좋아하겠죠.”

작품 가격이 비싸다고 좋은 작품은 아닐 터. 찬찬히 둘러보면서 작품에 매겨진 가격이 생각보다 저렴해서 놀라움에 질문을 했더니 작가의 대답이 이러했었다. 누군가의 집에 자신의 작품이 걸린 것만으로도 뿌듯한 일이라고 한다. 나무아저씨의 서각 작품을 보고 싶은 분들은 10월 28일부터 11월 2일까지 수원행궁동 화홍갤러리를 찾아가면 된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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