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레나 노르베르 호지 선생님, 당신을 만난 감동이 여전히 큽니다. 18일 화성 유앤아이센터에서 화성, 오산 인근의 시민들에게 지역화 운동에 관한 전 세계적인 변화를 이야기해주신 것은 의미가 큽니다.

전세계의 대기업, 다국적 기업들이 규제 없이 독주하며 거대한 자본을 무한증식하고 있는 현실을 매몰차게 비판하셨죠. 기후변화나 빈곤, 불안, 실업, 민주주의 상실 어쩌면 세계의 모든 문제가 신자유주의의 시스템이라고 지적하셨습니다. 어쩌면 우리들은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게 문제인가 봅니다. 글로벌 무역, 자유무역협정 등이 무조건 좋다고만 여기는 중독현상이 시스템 바깥을 못 보게 만든 거겠죠.

‘작은 티벳’이라 불리는 라다크에서 80년대부터 20년간 사시면서 그곳의 언어, 문화, 자연, 종교 등을 연구하신 선생님의 책은 제게도 작은 삶의 변화를 주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라다크에서도 자살현상이 발생했다고 하셨습니다. TV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광고를 보면서 아이들이 파란눈의 흰 피부, 금발 머리가 미의 기준이라고 생각하며 자존감을 잃게 되는 현상을요. 한국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쌍꺼풀 수술을 하고, 컬러 렌즈를 끼고, 깡마른 몸매를 위해 다이어트를 하죠.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원인이라고 보셨지요.

영국에서 잡은 새우가 태국에 보내져 껍질을 벗긴 후 다시 영국으로 재수입되는 것, 스웨덴의 감자가 중국에서 포장 가공되어 다시 스웨덴으로 수입되는 등의 현상은 정말 이상해요. 하지만 다국적 기업들의 돈을 향한 광기는 에너지의 낭비를 낳고, 실업을 낳고, 현지 문화를 파괴하게 되어요. 선생님은 우리에게 큰 그림을 보는 공부가 필요하다고 하셨죠.

“경제체제가 자연과 충돌하고 있습니다. 자연의 근본인 생물 다양성이 사라지는 것과 더불어 지구상의 모든 독특하고, 고유하고, 개별적인 문화도 없어지고 있어요.”

기술경제주의의 문제가 삶과 충돌하면서 작은 지역들이 소멸되는 것은 정말 큰 문제에요. 라다크인들도 맥도날드 햄버거와 코카콜라를 마시고 청바지를 입는 것처럼 말이죠. 한국, 중국, 유럽인, 미국인 모든 사람들의 삶이 비슷해질수록 삶의 불안정성이 높아진다는 말에 동의합니다.

“성공의 지표를 바꾸어야 합니다”고 하셨는데 내가 살아가는 지역에서 어떻게 가능할까요? 도시를 파괴하고 재건하는 일, 병이 걸려 병원에 가는 일이 GDP를 높이는 일이었다는 걸 몰랐어요. 자본은 오히려 건강한 사회와 환경을 말도 안되는 방식으로 유지하지 못하게 한 거죠. 전 세계의 신경제운동, 환경운동, 빈곤퇴치, 로컬푸드 등의 풀뿌리 지역화 운동이 중요하다고 하셨습니다. 특히 필수품이라고 할 수 있는 음식, 먹는 것에서부터요. 로컬푸드 운동이 주력이 되어야겠죠. 소규모 다품종 생산을 하고, 지역에서 만든 것을 지역민들이 소비하고, 냉동시스템으로 인한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선생님의 이야기는 불가능한 것들이 아니었어요. 충분히 실현가능한 모델이었어요. 화학독극물을 먹으면서 건강이 나빠지는 삶을 누구도 원하지 않겠죠? 그런데 그것이 경제를 발전시킨다는 이상한 자본주의 논리를 많은 사람들이 과연 알고 있을까요?

마지막으로 대중의 ‘생태문해력’ 교육, 지식의 필요성을 매우 공감했습니다. 속도주의를 지양하고 큰 그림을 보도록 하는 것. 여성이면서 엄마인 제가 할 수 있는 작은 행동이 무엇인지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오래된 미래』 책에 쓰신 내용을 직접 실천하고 현재는 국제생태문화협회(ISEC), ISEC의 자매단체인 라다크 프로젝트(The Ladakh Project)의 책임자이지만 삶과 지식이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셨습니다. 금발의 긴 머리카락이 희어졌지만, 여전히 눈동자와 표정은 소녀의 순박함이 있으셨어요. 분명 다른 삶의 방식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 거라는 믿음을 갖게 된 시간이었어요. 스웨덴에서 한국, 화성시까지 오셔서 들려주신 이야기 많은 사람들에게 저도 나눌께요!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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