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전철 옆자리나 시장 모퉁이에서 우리와 얼굴 모습이 약간 다른 사람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그리고 ‘요즘 잘 사느냐, 사는데 불편은 없느냐’ 식의 가벼운 인사도 나눈다. 10년 쯤 전이라면 모를까 이제 그런 모습은 전혀 낯설지가 않다. 그들은 언제가 부터 우리 곁으로 다가왔고 가까운 이웃으로 우리의 일부분이 되었다. 그들을 우리는 다문화 가정이라 말한다.

그럼 다문화 가정 인구는 얼마나 될까.
오산시에서 다문화가족의 지원을 돕고 있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책임자 이병희 씨를 만나보았다. 10월 달 행사가 많아 정신없이 바쁘다며 약간 피곤한 모습이었다.

“행자부 자료에 의하면 대략 1만 2-3천명 되지요. 오산시 인구 20만 중에 약 6% 라고 보면 됩니다.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죠.”

그 중엔 유학생도 포함된다고 했으며, 이주해 온 나라를 보면 중국이 제일 많고, 베트남 필리핀 몽골 러시아권 캄보디아 순이라고 했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는 주로 결혼한 여성을 지원하고 있으며, 정착 지원과 경제적 자립, 한국문화 강좌, 자녀들을 위한 차세대 교육 지원에 힘쓰고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는 이주 1 세대 즉 엄마들에 대한 지원에 초점이 맞춰졌는데, 앞으로는 자녀 성장에 따른 차세대 교육 지원에 포커스를 맞출 계획이란다. 예를 들면 초등학교, 중학교, 다문화 대안학교 등의 설립이다.

“아직 그분들 지원에 미흡한 점이 많아요. 다문화가족 정책이 수립 된지 겨우 10년 밖에 안 됐거든요. 그래서 시행착오도 있었고요.”

그러나 다문화가족 지원사업에 보람과 자부심을 느낀다며 의욕을 내비쳤다.

“그들은 이제 우리 오산시 시민이고 더 나아가 우리나라 국민이에요. 경제적인 면은 물론이고 인간다운 삶을 살도록 배려해야 합니다. 차별하고 방치하면 하나가 될 수 없죠. 그런 인식의 변화가 필요 합니다.”

오산에서의 활동뿐만 아니라 현재 경기도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협의회 회장 직을 맡고 있는 이 씨가 다문화가족 지원에 나서게 된 계기는 우연이었다. 한양대학에서 중국문학을 전공한 이 씨는 친구의 부탁으로 조선족 상대로 한국어 강의를 도와주다 이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10년 전만해도 외국인 노동시장의 조건이 열악했잖아요. 몇 달씩 임금을 못 받기도 하고 폭력에 시달리기도 하고요. 당시 그들은 어디 가서 호소할 곳도 없었어요.”

외국인 노동자의 부당한 대우는 국가 이미지에 상처를 남길 수 있다. 때문에 이 씨는 인권 차원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 외국인 노동자를 돕기 위해 2008년 ‘행복한이주민센터’를 설립했다. 처음엔 외국인 노동자를 위해 만들어졌는데, 하다 보니 결혼이주여성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를 계기로 자연스럽게 다문화 가족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고, 2012년 오산시로부터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위탁 받게 되어 오늘에 이른다.

마지막으로 이 씨는 2세 교육에 대해 힘주어 말했다.

“이젠 다문화가족 자녀들에게 초점을 맞춰야할 시기죠. 그 애들이 우리나라 미래를 짊어진 꿈나무 아닙니까. 인성교육과 인재 양성에 힘써야 해요.”

아직 정보도 부족하고 마땅한 매뉴얼도 없다고 했다. 그러나 개척자 정신으로 부닥쳐보겠다며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오태영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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