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미혼’, ‘미혼모’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결혼을 매우 중시하는 문화이다. ‘결혼’이 개인 선택의 문제인 현대 사회에서 이러한 말들은 ‘비혼’과 ‘싱글맘’으로 바뀌어야 한다. 왜냐하면 이 말들은 결혼이라는 제도가 사람을 판단하는 자격기준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미혼’은 ‘미완성’의 뜻을 담고 있으므로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은 아직 자격기준이 안 된 사람이라는 뜻이다. 결혼이 통과의례이던 시대의 가치 기준을 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결혼은 다양한 삶의 모습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법이다. 이것이 한 사람의 완성과 미완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나, ‘미혼모’라는 말에 가서는 이 자격기준이 더욱 엄격히 적용된다. ‘혼인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은 엄마’라는 단어인 ‘미혼모’는 여성들에게 ‘결혼=출산 및 양육’이라는 생각을 심어준다. 그러나 결혼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 것처럼 출산과 양육도 개인이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결혼이라는 제도로만 인정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엔 좋은 배우자를 만나 함께 살고 있는 허수경 씨가 ‘싱글맘’으로 당당한 삶을 살았던 것처럼 아이를 양육하는 일은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삶의 다양한 모습 중 하나가 되어야 한다. 반대로 결혼을 했다고 꼭 출산과 양육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님도 인정해야 한다.

또, 이러한 ‘미혼모’ 문제에 있어서 청소년이 ‘미혼모’일 경우에는 사회적 편견과 시선이 더욱 차별적이다. 어떠한 과정으로 임신과 출산을 하게 되었던 이 아이들이 자신의 학업도 이어나가고 아이들도 건강하게 양육해 엄마와 아이 모두가 우리 사회 일원으로 성장하도록 지지해 주어야 하는 데 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제도적 지원이 미흡하다.

실례로 수원시에 있는 홀트 복지 재단의 미혼모 대안학교는 청소년 미혼모들이 본 학교에 적을 두고 이곳에서 교육을 받으면서 학업과 양육을 동시에 이어나갈 수 있는 곳이다. 그런데 이곳 대안학교를 일선 학교에서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는 청소년 임신의 경우 사회적 시선이 매우 부정적이어서 스스로 중도 탈락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학교 폭력처럼 피해 학생이 스스로 피해구제 기관을 찾기 전에 홍보하듯이 청소년들이 임신 했을 경우 대처 방안이나 대안학교 등의 시설을 미리미리 홍보하고 안내해 준다면 미래의 우리 사회 일꾼이 될 수 있는 두 사람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저출산 시대 대책을 논의하던 토론회에서 가족문제 연구 양정선 박사는 우리나라의 출산과 양육 형태를 서양처럼 다양화해야 한다고 했다. 서양 문화권에서는 10명의 아이가 태어나면 5명의 아이는 혼인과 상관없이 태어난다. 부부가 동거하면서 낳는 경우도 있고, 여자 혼자 낳는 경우도 있고 출산의 사례는 매우 개인적이고 다양하다. 이 다양한 출산이 모두 동등한 출산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결혼’이라는 제도 하에서 낳은 출산과 양육만 인정받는다. 심지어 아빠가 혼자 ‘미혼부’로 아이를 키우려면 법정에서 친자로 받아달라고 소송까지 걸어야 한다. 엄마는 혼자 아이를 낳고 등록을 할 수 있지만 아빠는 안 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싱글맘’은 보통 ‘결혼을 했다가 이혼을 해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 ‘싱글 대디’는 그 반대의 경우로 통용된다. 그러나 이 말은 바뀌어야 한다. ‘미혼모’라는 말을 없애고 ‘아이를 혼자 양육하는 엄마 혹은 아빠’를 통칭하는 말로 ‘싱글맘, 싱글대디’라고 해야 한다.

앞으로는 ‘결혼’이 무언가의 자격 기준이 되는 일은 차차 없어져야 한다. 더 이상 다양한 삶을 사는 시대적 변화와 맞지 않다. 다양한 삶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데에 매우 부자연스러운 ‘결혼’의 자격 조건을 이제 떨쳐 버려야 한다.

서지은 기자  mail@newstower.co.kr

<저작권자 © 뉴스타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