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전용 의자만 준비하고 시민들은 세워놓은 다문화 어울림 한마당 행사장.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

“의전도 좋고 다 좋은데 시민들이 무슨 X싸리껍질입니까? 시민이 내는 세금 갖고 운영하는 시에서 시민들을 이렇게 취급해도 되는 것인지 이해가 가질 않네요. 의자 몇 개 더 놓는다고 수원시 재정이 파탄 나는 것도 아닐 테고 말입니다. 엄밀히 따지면 수원시의 주인은 시민입니다. 그런데 시민들은 서 있으라고 하고 의전 관계자만 자리에 않는다는 이런 발상이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인지 모르겠네요.”

수원화성 행궁 광장에서 열린 ‘다문화가족·외국인주민과 함께하는 2016 다(多) 어울림 한마당’에 관람을 하던 한 시민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유는 다문화 행사를 하는 무대 앞에 의자를 놓았는데 의자마다 꼬리표를 붙어놓고 일반인들을 자리에 앉지 못하게 막았기 때문이다. 그 의자 모두가 의전용 의자였다.

의전도 중요하다. 하지만 연세가 드신 어른들을 뒤에 서서 구경을 하라고 하는 것은 아무래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마침 행사장에 관계 공무원이 보이기에 왜 이렇게 했느냐고 질문을 했더니 본인도 이상하지만 모르겠다는 대답이다. 그런 대답이 더 화가 나게 만든다. 무슨 행사를 하던지 그 행사의 주인은 시민이다.

시민이 참여하지 않는 행사란 있을 수 없다. 아무리 다문화 행사라고 하지만 꼭 다문화 사람들만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 마침 휴일이고 쌀쌀했던 날이 풀리면서 많은 사람들이 행궁광장에 모여들었다. 그곳에서 중국을 비롯한 외국인들이 공연을 하고 있으니 당연히 편히 앉아 관람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의전용 의자만 준비해놓고 시민들은 뒤에 서서 구경을 하라는 발상은 도저히 납득이 가질 않는다. 수원시의 주인은 높은 자리에 앉아 의전을 받는 사람들이 아니고 시민이다. 그런 시민들을 불편하게 뒤에서서 구경을 하라니 이게 어디 말이 되는 소리일까? 다리가 아픈 듯 의자에 손을 짚고 서 있던 어른 한분이 화가 난 듯 격한 어조로 말을 한다.

“시장님이 저렇게 지시하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죠. 담당자들이 과잉충성을 하나 보네요. 이렇게 시민들을 무시하는 사람들이라면 굳이 시민이 내는 세금을 왜 사용합니까?”

물론 의전 행사를 마친 후에 이어질 명랑운동회 등 넓은 장소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번잡함을 피해서 일부러 의전용 의자만 준비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시민들이 보기에는 그것도 구실에 지나지 않는다. 수많은 자원봉사자가 행사장에 있기 때문에 의자를 접어 한편으로 치우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유가 어찌 되었건 시민을 무시한 채 의전에만 치중한 관계자들은 그만한 반성을 해야 할 일이다.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서는 안된다.

하주성 기자  rja4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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