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보드레는 ‘달달하고 부드럽다’ 는 뜻의 순우리말이다. 빵집 상호가 예쁘다. 달보드레 배용호 대표는 수원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원의 행궁동이나 옛 수원에 대한 기억이 많다. 수원의 성장과 함께 자신도 자랐다. 혼자 화성을 걷거나 수원 구석구석 산책하는 것을 즐기는데, 서울의 인사동과 같은 행궁동 공방거리의 특색에 반했다. 만약에 자신만의 빵집을 연다면 이곳에서 하리라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한 소박한 꿈이 바로 한 달 전 이루어졌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빵집에서 아르바이트했고, 대학에서 식품 전공하면서 실력을 키웠다. 수원의 유명 제과업체에서 20년 넘게 일을 해 오면서 언젠가는 자신의 빵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20년 넘는 경력보다 실력이 중요하다고 겸손히 말한다.

“먹거리가 없는 행궁동 공방거리라 그런지 빵집에 관심을 가집니다. 재료는 철저히 유기농만 고집합니다. 밀가루 가격도 3-4배가 비싸고, 계란이나 버터도 몇 배 비싸요. 다른 곳과 같은 재료로는 특색 없고, 일반적일 뿐이죠. 당연히 좋은 재료로 만들어야 맛도 좋겠죠!”

재료비가 일반 빵의 원가보다 월등히 높은데도 남는 게 있을까? “남는 게 있으니 장사합니다!”라고 단호히 말한다. 충분히 좋은 재료를 사용해도 남을 수 있다고 한다. 이윤을 덜 남기고, 건강한 빵을 만들면 모두에게 좋다. 자본주의의 성공방식은 덜 좋은 재료로 많이 팔아 이윤을 남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배 대표는 “철저하게 유기농 최고의 원료로만 빵을 만들 것이다”고 고집한다.

심지어 그는 당일 판매한 빵이 소진되지 않으면 모두 폐기처분한다. 가장 빵이 맛있을 때 손님들이 먹어야 빵맛이 좋다고 여긴다. 그런데 하루 지난 빵이 맛이 없는데, 맛있는 빵집으로 소문날 수는 없다. 음식을 버리는 게 아까운 것 아닌가 물었더니,

“큰 대형 제과업체나 동네 빵집도 때때로 하루 지난 빵을 독거노인이나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눠주기도 해요. 그런데 이건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버릴 빵을 선심 쓰듯 불쌍한 사람들에게 나눠준다는 것? 저는 차라리 가장 맛있는 빵을 드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달보드레는 아침 9시에 오픈하여 빵을 만들기 시작하고, 저녁 7-8시면 문을 닫는다. 영업시간이 짧다. 손님이 많다고 더 많이 만들지 않는다. 매일 같은 양만 만든다. 그리고 월2회 휴무가 있다. 많이 팔려도 이 원칙을 고수할 거라 한다.

“빵도 살아있어요. 제가 즐거운 마음으로 만들어야 빵이 맛있어요. 힘들고 피곤하고 스트레스 받은 상태에서 빵을 만들면 빵 맛이 없어요”라면서 좋은 컨디션 유지를 강조한다. 대기업의 프랜차이즈 빵집은 동네를 점령하고, 영세한 업체들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예전에는 프랜차이즈 빵집들이 맛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아요. 해동기술이 좋아서 냉동 생지를 갖고 와서 해동 후 바로 구워내니까 맛있어요. 그런데 동네 빵집 중 일부 업체는 오늘 만든 빵을 내일 팔아요. 맛없으니까 프랜차이즈 빵집을 찾아요. 당연히 동네 빵집도 반성해야 합니다.”

쉽게 만들어진 빵은 이상하게도 맛이 없다. 정성과 시간이 들어갈수록 빵맛도 점점 좋아진다. 그래서 달보드레는 6시간 이상 걸리는 진반죽으로 손이 많이 가는 빵을 만든다. 모양만들기 힘들어 작업이 어렵지만 식감이 좋다. 먹어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다.

수원의 행궁동에 생긴 자그마한 빵집. 많이 팔아 돈벌기보다는 함께 지역사회와 성장하고 싶다는 배 대표의 생각이 오래 오래 이어지길 바란다. 행궁동에 구수한 빵 냄새가 앞으로 사람들을 더 이곳으로 오게 만들지 않을까.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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