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을 전공한 화가가 30년간이나 운영하던 미술학원을 접고 장사를 하고 있다면 남들은 선뜻 이해하기가 어려울 것만 같다. 도대체 어울리지 않는 콘셉트이기 때문이다. 수원 남문로데오상인회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는 강희수(여, 54세)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로데오상인회 사무실에서 만난 강희수 부회장은 나이보다 더 젊어 보인다. 아마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기 위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기 때문인가 보다.

“부천시 소사구 심곡본동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전문 미술학원을 30년 넘게 운영했어요. 그러다가 좀 색다른 것을 해보아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장소를 물색하던 중 우연히 이곳 로데오거리에 들렸는데 마침 점포가 마음에 들기에 바로 계약을 해버렸죠.”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화가로서도 유명세를 타고 있던 그녀이다. 강희수 부회장은 상명여자대학교 사범대학 미술교육과를 졸업한 후 홍익대학교 미술교육원 아동미술 교육자전문과정을 마쳤다. 개인전도 2005년 부천 헤어갤러리, 2006년 서울 갤러리 고도, 2009년 장충 갤러리 고도, 2015년 서울 수송동에 소재한 갤러리 고도 초대전으로 ‘民 - 행궁나들이’ 등 4회나 열었다.

대단한 경력을 가진 화려한 경력과 수상들

강희수 부회장은 현재 한국미협 부천미술협회 서양화분과 위원장, 현대미술 부천작가회 회장, 경인미술대전 추천작가, 경기도미술장식심의위원 등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다. 그동안 수상경력을 보아도 남다르다. 1986년 경인미술대상 최우수상, 1994년 복사골주부솜씨대회 최우수상, 2009년 문체부 주최 마을미술프로젝트 당선으로 1억원을 지원받아 심곡본동 마을미술 프로젝트 진행 등을 담당했다. 그동안 70회에 가까운 단체전에도 참여했다.

“그동안 수원에 와서 거의 매일 화성을 돌다시피 했어요. 화성을 날마다 돌아보고 꼼꼼히 살피면서 화성이 무엇이 다른가? 등 세밀하게 관찰했죠. 요즈음은 화성을 사진으로 남기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그렇게 화성과 친해지면서 지난 해 5월 서울 수송동에 소재한 갤러리 고도 초대전인 ‘民 - 행궁나들이’라는 전시를 열기도 했고요.”

결국 강희수 부회장의 작업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그림을 그리는 판에 박은 일상에서 잠시 장사를 하고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다니지만 그 안에서 그림의 소재를 찾고 틈이 나면 붓을 잡기 때문이다.

과거에 담은 한 시대 소시민의 희망

강희수 부회장이 화성과 시장 등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012년 남문로데오시장에 음식점을 운영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가게를 알리기 위해 도청, 수원역, 연무대, 장안문, 회홍문, 팔달문, 전통시장 등을 1년 동안 하루도 빠트리지 않고 돌았다는 것이다. 하루에 한번은 올랐던 서장대와 화성 행궁의 행보는 긴장과 고된 일 속에서도 정조대왕의 정치력과 백성을 향한 위민사상을 존경하게 되었다고 한다.

“녹록하지 않은 팔달문의 역사를 더듬어보고 정조대왕의 넋을 그리워하며 임금이 남기고 간 백성에게 베풀고 싶었던 현명하고 지혜로운 발자취를 돌아보며 한 시대를 살아가는 소시민의 희망을 담아 표현하고 싶었다”라는 것이 강희수 부회장이 그림을 그리게 된 이유였다.

자신이 평생 몸담아 온 학원을 정리하고 많은 사람들과 부딪치며 살아야 하는 음식점이라는 색다른 세계에 도전하고 있는 강희수 부회장. 요즈음 상인회 일로 골치가 아프다고 하면서도 새롭게 무엇인가를 배워가는 일에 재미를 들인 듯하다.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빠져들게 만드는 강희수 부회장의 그런 면모는 아마 30년 넘게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만들어 진 깊이 있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그래도 그림은 그린다”는 그녀의 작품을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이 있을 것 같다. ‘과거에 담아 낸 한 소시민의 마음’을 만날 날을 고대한다.

하주성 기자  rja4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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