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영통구 매탄4동 마을만들기협의회 류명화 대표를 만났다. 97년부터 매탄동에 살면서 20년 가까이 동네의 변화를 지켜본 시민 중 하나다. 이제는 변화를 주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매탄4동은 ‘GO, 놀GO, 배우GO 산드래미’라는 계획을 가지고 수원시 특화마을로 선정됐다. 마을 향토회 대표, 주민자치위원회, 새마을협의회 등 9개 단체와 마을만들기협의회를 주축으로 20명의 특화마을 추진계획단을 구성하게 되었다. 2017년까지 특화마을 계획을 하나씩 실행해 나가게 된다.

“공장에서 찍어내듯이 전역에서 ‘마을만들기’를 하는 것 같아 처음엔 신뢰성이 떨어졌죠. 위에서 지시하는 일만 마을에서 했기에 주도적으로 만들어 실행한 경험도 없어요. 그런데 마을만들기 사업을 주민들과 해 나가면서 결과를 진짜 만들어가게 됐어요.”

류명화 대표는 경북 상주가 고향이다. 작은 읍면 단위의 동네에 살아서 ‘나대지 않고 조용히’ 살았다고 한다. 그런데 사회에 발을 들여놓게 된 계기가 결혼 후 수원으로 이사 와서 살면서 아이 둘 낳고 ‘수원여성회’에서 활동하게 되면서다. 여성회 활동을 하면서 ‘여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세상에 많구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떻게 보면 결혼하고, 출산하고, 육아를 하면서 진정 자신에 대해서 발견하게 된 계기가 된 셈이다. 지금껏 살아온 삶에 대한 존중을 받으며 지역 사회의 활동을 시작했다.

‘걷GO, 놀GO, 배우GO 산드래미’라는 표어 안에 매탄4동이 지향하는 모든 것이 담겨 있다고 말한다. 자동차 때문에 위험하고 쓰레기 많은 동네가 깨끗해지고 걷고 싶은 동네로 만들어지는 것, 그리고 볼거리나 즐길거리가 많은 재밌는 동네를 꾸려가는 것, 멀리 나가서 배우지 말고 마을 안에서 서로 배워가는 마을학교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비전이 구체화되고 현실화되어가는 모습에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늘어난 것이 보람이다. 또한 매탄 4동에서 지금껏 마을에 관심 없거나 활동에 참여하지 않았던 사람들을 발굴해 낸 것도 성과다.

그동안 꾸준히 열어왔던 마을 벼룩시장이나 작은 음악회, 학습마을 등을 하나의 성과물로 연결시켰다. 바로 벼룩시장 안에서 작은 음악회를 열고, 부녀회는 음식을 만들어서 판매하고, 학습마을에서 내놓은 결과물을 전시한다. 또한 매탄4동 주민센터를 리모델링하면서 4층에 특별한 공간을 만들었다. 바로 주민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공연할 수 있는 곳이다. 공간 역시 ‘소통’ 이라는 키워드를 빼놓을 수 없다. 마을 활동을 하면서 류 대표에게 기억에 남는 사건은 무엇이었을까?

“100인 토론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특화마을이 선정된 후 실행계획을 논의할 때 주민들의 소통의 장을 마련한 거죠.” 그리고 “마을에서 살면서 제일 좋은 게 바로 ‘동네 외상’이 가능하단 거예요. 마을 사람들과의 관계가 돈으로 맺어진 거래관계가 아니라는 거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가 생겨난다는 게 가장 좋아요”라고 이야기한다.

이제 내가 살아가는 마을은 ‘가치 있게 사는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 류 대표는 “먹고 사는 데에만 급급하고, 개인적인 삶에만 치우친 사람들이 마을 안에서 회복과 쉼을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요” 라고 전한다. 나의 문제가 너의 문제, 우리의 문제로 환원될 수 있다는 것. 또한 개인의 삶은 공동체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것도 몸으로 알게 된다. 마을은 어쩌면 진짜 배움, 성장이 무엇인지 알게 해주는 인생 학교가 아닐까.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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