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은 속이 좋지 않아 매운 걸 못 드세요. 또한 김장철에 여러 단체에서 배추김치는 많이 나누기 때문에 저희는 무로 물김치를 만들어 봤어요.”

한 쪽에서는 무를 씻고 자르는 일이 한창이고, 다른 쪽에서는 과일을 열심히 깎으면서 자르고 있다. ‘푸른숲 나누미 봉사단’ 소속의 김미정 씨가 눈에 띄었다.

“저희가 올 한 해 지역에 있는 어르신들을 위해서 ‘사랑의 쌈채소 나누기’ 활동을 했어요. 저기 뒤에 보이시는 텃밭이 저희가 가꾼 텃밭이에요. 저곳에서 나는 쌈채소와 텃밭 작물들을 동네 분들에게 제공했는데 무척 좋아하시더라고요.”

어르신들이 가장 좋아하고 즐겨 먹는 반찬과 먹거리가 상추쌈과 같은 채소라는 것에 착안하여 직접 텃밭을 가꾸고 거기에서 생산되는 작물을 나누는 활동을 하고 있는 ‘푸른숲 나누미 봉사단’은 수원의 한 아파트 단지 봉사단에서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저희들끼리 거리 정화라든지 교통지도 도우미 등 지역에서 필요한 일들을 했어요. 그러다 수원시 자원봉사센터에서 자원봉사 동아리를 모집하는 포스터를 보게 되었죠. 궁금해서 문의를 해 보니 저희가 하고 있는 일을 동아리로 등록해서 해 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셔서 그 이후 동아리가 되었어요.”

아파트 단지 내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봉사단은 이후 일정한 시간에 정기적으로 봉사하면서 모임의 조직이 더욱 탄탄해지게 되었다. 그러한 가운데 김미정 씨가 회사 옆 공터에서 텃밭을 하면서 거기에서 나오는 작물들을 주변 사람들과 나누다 이것을 봉사로 연결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나오게 되었다.

“텃밭을 운영해 보니까 무언가를 정성스럽게 가꾸고 기르는 재미가 쏠쏠하더라고요. 또, 제가 가꾼 것을 다른 사람과 나눌 때 느껴지는 보람이 무척 컸어요. 그래서 우리 봉사단 회원들과 함께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텃밭 가꾸기를 통해 작물을 나누는 봉사를 기획하게 되었어요.”

현재 봉사단의 ‘사랑의 쌈채소 나누기’ 활동은 수원시 자원봉사센터의 공모 사업에 선정되어 운영비를 조금이나마 지원받고 있다. 이번 가을에 진행된 물김치 나누기 행사의 경우 무와 같은 작물은 텃밭에서 재배한 것으로 사용하고, 기타 경비는 공모 사업비로 충당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아파트 옥상에서 텃밭을 하려고 했어요. 저희 봉사단원들 말고 아파트에 거주하시는 노인분들, 아이들도 텃밭을 가꿀 수 있으니 호응이 좋았고요. 또, 옥상에 텃밭이 있으면 여름과 겨울철 냉난방에도 효과적이고 여러 모로 유익할 거라 생각했는데, 동대표들과의 협의 과정에서 일이 성사되지 않았어요. 그런데, 다행히 아파트 근처 음식점 주차장 한 공간이 덤불로 뒤덮여 쉬고 있는 걸 보게 된 거에요. 평소 같았음 무심히 지나쳤을 텐데 어디 텃밭 할 때 없나 찾으면서 다니니 보이더라고요.”

음식점 주인은 봉사단의 뜻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면서 주차장 한켠을 흔쾌히 내주었고 이렇게 해서 우여곡절 끝에 ‘사랑의 쌈채소 나누기’ 활동이 시작됐다. 그리고 처음 계획했던 아파트 옥상에서 취할 수 없는 장점들이 발견되었다.

“이곳은 동네 주민들이 오다가다 볼 수 있으니까 아파트 주민들 외에 지역 주민들이 많은 관심을 보여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올해 귀농 준비하는 분들 중 작물 재배를 경험해 보고 싶은 지역 주민을 모집해서 2분 정도 함께 텃밭을 가꾸었어요.”

텃밭을 가꾸고 거기에서 나오는 작물을 무료로 나눈다는 신선하고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실제 기획하고 실천하고 있는 김미정 씨는 어릴 때부터 부모님을 통해 봉사를 접했다.

“아버님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새벽에 일어나 가로등 끄기를 하셨고, 어머니는 길가에 있는 쓰레기를 스스럼없이 줍는 게 일상이었어요. 그래서 제게 봉사는 그냥 일상이에요.”

봉사라 생각하지 않고 일상이라고 이야기 하는 김미정 씨를 통해 우리의 일상이 서로를 향하는 것이 아름다운 사회를 만드는 시작임을 알 수 있었다. 텃밭을 통해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하고픈 것들이 아직 많이 남았다는 그녀의 모습이 아름답다.

서지은 기자  mail@newstower.co.kr

<저작권자 © 뉴스타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