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여성인력개발 센터 정문 상담실을 들어서자 긴 머리에 늘씬한 여성이 반긴다. 대학교 두 곳의 외래 교수이자 스킨십 전문연구소 대표라기보다 세련된 디자이너의 모습이다.

“기자님은 여자니까 괜찮은데, 많은 분들이 스킨십에 대해 성적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아요. 엄마와 아이의 스킨십을 제외한 모든 스킨십을 성적으로 받아들여요.”

아이 키우는 엄마라서 그랬나, 처음 스킨십 전문연구소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김승효 대표를 만나러 갈 때까지만 해도 스킨십과 성적인 것을 연결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듣고 보니 아름다운 미모를 가진 여성대표로 스킨십 전문연구소를 운영하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지금의 스킨십 전문연구소를 운영하기 전에는 장애인 복지관에서 공무원 생활을 했어요. 그러다 나만의 전문영역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피부미용을 공부하면서 지금의 일이 시작됐죠. 대학원을 다니면서 피부미용 업체도 운영했어요.”

피부미용을 공부하고 고객들을 만나면서 김 대표는 많은 것을 느꼈다. 특히, 피부관리를 하면서 고객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는데, 그때 오고가는 교감들이 김 대표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어떤 분들은 저랑 이야기를 나누다 우시기도 하고 그랬어요. 아무래도 자신의 모든 것을 제게 맡기고 피부를 어루만지면서 이야기 하다 보니 심리적 방어체계가 무장해제 된 상태에서 이야기 나누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이후 피부미용의 현장경험과 학문적 연구를 통해 점점 자신의 영역을 만들어 나가던 김 대표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당시 몸과 마음이 무척 힘들었어요. 그래서 우울증 초기 증상이 나타났는데 한약도 안 듣고 어떻게 해도 안 되던 게 요가를 하면서 나아지더라고요. 2009년부터 1년 정도 요가를 꾸준히 하면서 제 안에 있던 많은 것들을 치유하게 됐어요.”

요가를 하면서 자신의 근원적인 심리적 문제들을 치유하는 경험을 한 김 대표는 비로소 자신의 몸을 사랑하고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다. 온몸의 감각을 일깨워 준 요가를 통해 직접 심리치유를 경험한 김 대표는 몸이 건네는 메시지에 집중했다.

“우리가 누군가와 의사소통을 할 때 말과 같은 언어가 전하는 메시지 보다 눈빛, 시선, 어조와 어감 같은 것들이 전달하는 메시지가 더 큰 영향을 주잖아요. 그런 것처럼 스킨십은 몸의 언어로 말보다 더 감정을 잘 전달한다고 생각해요. 그 어떤 미사여구의 말보다 진심이 담긴 한 번의 따뜻한 포옹이 삶을 더욱 건강하고 평화롭게 만드는 것처럼요.”

김 대표는 이러한 관점에서 스킨십에 대해서 연구하고 사람들의 관계 형성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스킨십을 올바로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부모와 자녀 간의 스킨십, 대인관계에서의 올바른 스킨십 등 인간관계에서 필요한 스킨십을 연구하고 알리는 게 그녀가 하는 주된 일이다.

“어릴 적에 스킨십을 통해 부모에게 충족되지 않은 사랑은 욕구불만으로 쌓여있다 성장기에 혹은 성인이 되어 표출됩니다. 이러한 것들이 때로는 사회문제가 되기도 하고요. 유아기에 충분하고 올바른 스킨십으로 사랑을 받는 것도 중요하고, 욕구불만이 잘못된 성으로 발현되지 않게 스킨십 교육으로 극복하는 것도 필요해요.”

김 대표가 스킨십을 연구하는 데에는 유아기와 청소년기에 충분하고 올바른 가족 간의 스킨십을 통해 사랑을 느낀 아이들이 밝은 사회를 만든다는 믿음이 깔려 있었다.

“자신이 모자란 부분을 제일 열심히 하게 된다는 말이 있잖아요. 사실 제가 어릴 적에 충분히 스킨십을 받지 못하고 자랐어요. 어릴적 경험과 아픔들을 치유한 제 경험을 바탕으로 스킨십을 연구하게 됐죠. 그래서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고요.”

그녀의 스킨십 연구는 치열하게 살아온 삶의 이야기였다. 그래서 김 대표의 이야기는 울림이 컸다. 인간은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관계를 맺으면서 자신의 의미를 찾는다. 이러한 관계의 기초가 되는 것이 몸이 건네는 언어, 스킨십이다. 김 대표가 자신의 삶을 걸고 이야기하는 스킨십에 대한 철학은 귀 기울일 만한 가치가 충분해 보인다.

서지은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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