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지속가능도시재단의 사회적경제지원센터 김태인 센터장을 만났다. 10월 초 광명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수원으로 발령받았다. 수원시는 전국에서 사회적경제의 규모가 양적으로는 1위다. 앞으로 내실 있는 더 큰 도약을 위해 큰 그림을 그려야 할 때다. 김태인 센터장은 ‘사회적경제’라는 단어조차 없었을 2000년도부터 사회복지 내에서 대안경제운동을 시작해온 실력가다.

“IMF이후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연대위원으로 자원해서 활동했어요. 당시 저소득 주민들의 먹고사는 대안경제 운동도 생겨나고, 각 도시의 빈민운동과 함께 실험적 자활사업들이 태동하던 때였죠. 65세 이상 노인이나 18세 이하의 청소년이 생활보호법으로 보호되는 대상인데, 국가 경제위기가 오면서 전 연령의 사회안전망이 필요해지게 되었죠. 복지가 지속 가능하려면 대안경제가 결합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처음 한 때입니다.”

제도와 조직을 만들면서 사회적 경제라는 큰 그림을 그려나가던 때다. 이제 수원시는 지속가능도시재단을 만들어 행정지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민관 거버넌스 조직을 만들고 있다. 창업지원센터, 친환경급식센터, 마을르네상스센터, 도시재생지원센터, 주거복지지원센터 그리고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총 6개의 기관이 ‘지속가능도시재단’을 꾸리게 되었다.

십 수 년 현장에서 일하면서 가장 인상적인 사업 한 가지를 물어 보았다. 관악봉천자활후견기관협회에서 ‘산후조리사 직업훈련’을 처음 한 것이 생각난다고 한다. 출산경험이 있는 저소득층 여성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 결과 ‘산후조리사’ 교육과정을 만들어냈다. 자연주의 육아를 모티브로 교육했고, ‘아가마지’라는 사업단을 꾸렸다. 장애통합사업교육보조원 사업도 있다. 내용이 좋아 보건복지부의 바우처 사업이 되며 전국으로 퍼지게 되었다. 폐현수막의 소각비용이 많이 드는 것에 착안해 봉제기술 있는 저소득 여성들이 에코백을 만들고, 대안생리대를 직접 제작하기도 했다. 모두 현장에 몸을 담고 있었기 때문에 실험해 볼 수 있는 사업이었다.

김태인 센터장이 지금껏 살아오면서 잊지 못할 사건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2006년 관악봉천자활센터에서 일할 때이다.

“봉천동 달동네라고 하죠. 그곳에 사는 수급자 여성이었어요. 아이도 5명이나 있는. 가정폭력을 행하는 남편에게 대항하다 정당방위로 죽인 사건이었죠. 과다출혈로 남자가 사망한 일이에요. 가정폭력 피해여성의 정당방위가 증명되지 않아 무기수가 되거나 감옥에서 10년 이상 있어야 하는 사례가 많아요. 그런데 당시 여성의 전화, 아름다운 재단 공감변호사 그룹, 자활센터 그리고 마을공동체까지 힘을 합해서 피해여성과 아이들을 도운 사건이 있습니다. 현재 가정폭력피해여성의 집행유예판결을 이끌어낸 첫 사건이었어요.”

그 여성이 사는 집주인은 떡볶이 가게 할머니였다. 직접 사건의 목격자였고 이후 100명이상의 동네 주민들의 서명을 받아냈다. 지역공동체가 발 벗고 나서서 위기 가정을 도왔다. 자활센터의 가사도우미들이 아이들 먹을 것 챙겨주고 집안일도 도왔다. 심지어 충격적 사건을 접한 아이들이 갈 곳 없어 김태인 센터장 자신의 자취방에서 2-3달가량 데리고 산 일도 있다. 추후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SH공사의 위기가정 전세금 지원제도로 집을 구해주었다. 피해여성은 기소유예 2년을 선고받고 바로 나올 수 있었다. 지금은 아이들과 어머니가 잘 지내고 있다. 이 사건을 통해서 김 센터장은 ‘지역사회가 사회적 경제의 모델이 되는 것’에 관심이 더욱 생겼다고 말한다.

한 시간의 인터뷰 시간이 모자랄 정도였다. 2000년대 이후부터 국내의 사회적 경제와 연관된 크고 작은 일들을 경험했다. 2017년 사회적 경제 안에서 이루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2017년 즐거움과 쉼, 그리고 회복의 한 해를 기대합니다. 수원시사회적경제기업들이 흥이 나서 즐겁게 교감하는 관계로 도약하기 바랍니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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