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구열이 높고, 벤처 기업이 많으며, 예산이 풍부해 보편적 복지가 대한민국 최고인 도시 성남에서 시의회 문화복지위원장을 하는 분은 어떤 분일까?

“제가 3선 의원이긴 하지만 전 옆집 아줌마처럼 편한 게 좋아요. 편안함이 저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주민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주민들은 거리낌 없이 저에게 불편한 점을 이야기 해주시고 그걸 의회에 반영되게 할 수 있으니 좋아요.”

김해숙 위원장은 자신의 특성을 잘 알고 있고 그것을 의원 활동의 기반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그녀의 능력은 시의회에 진출하기 전 생협 활동을 통해 마련되었다.

“90년대부터 시작해서 주민생협 활동을 20년 정도 했어요. 당시 우리들의 안전한 먹거리와 올바른 소비문화 등에 대해 공동체 조직인 협동조합 형태로 활동을 했는데 아무리 열심히 활동을 해도 한계가 있더라고요. 2006년이 제가 처음 의회에 진출하던 시기였는데 그때 학교 급식 개선운동을 한창 했었거든요. 여러 지역 단체와 함께 시의회에 건의도 하고 여러 방면으로 애를 써도 잘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우리가 직접 의회에 들어가서 개선해 보자는 생각에 의회에 들어오게 됐어요.”

당시 주민생협은 일본생활클럽생협과 교류하고 있었는데 일본의 경우 생협 활동가들이 시의회에 진출해 생협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자금도 마련해 줄 정도로 그 경로가 시스템화 되어 있었다. 이것을 모델링해 우리도 한 번 시의회로 진출해서 생협의 목소리를 담아보자고 도전해 당선됐다.

“시의원이 돼서 조례를 통해 학교급식 문제를 해결하니 밖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싸워도 안 되던 게 금방 해결되더라고요. 현재 성남시는 고등학교까지 친환경 급식을 하고 있습니다. 초반에는 급식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부정적이던 의원들도 지금은 인식이 많이 바뀌었고요.”

다양한 공동체, 다양한 계층의 사람이 시의회에 있어야 하는 이유가 김 의원을 통해 증명된다.

“최근에는 여성 의원으로서 성평등 관련된 일에 집중하고 있어요. 성남시 공무원 남녀 비율을 살펴보면 일반 공무원은 여성 비율이 46% 정도로 남성과 비슷한데, 4급 이상 여성의 비율은 현저히 낮아요. 기관장의 경우 보건소장만 여성이고 모두 남성이에요. 우리 사회가 여권이 많이 신장되었다고 하지만 실제 공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들여다보면 아직도 많이 부족합니다.”

김 의원은 현재 실질적인 조사 자료를 근거로 조례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김 의원은 시의회 내에서도 여성 의원들이 수적 열세와 남녀 차별의 사회 분위기를 우려했다.

“성교육의 경우 의무적인 것인데도 성남시의회는 그동안 진행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작년부터 의장에게 강하게 건의해 의원들 성교육을 시행하고 있어요. 처음 시작할 때 의원들이 성교육 필요성에 대해 인식하지 못 해서 많이 힘들었어요. 성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많은 의원들이 공감하지 못하고 있는게 우리 사회 전반적인 풍토라는 게 안타까워요.”

주민을 대표해 일을 해야 하는 의원들마저 성평등에 관심이 없고 여성비하 발언이나 소수자에 대한 배려가 없다면 주민들의 마음을 살피는 일은 이루어지기 힘들다. 이에 김 의원은 여성 의원으로서 겪은 경험과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살면서 경험한 것을 토대로 성평등 문화가 정착하고 개선되는 데 노력하고자 한다.

“문화복지위원회 위원장이 된지 얼마 안 돼 이제 일을 시작하는 단계에요. 위원장이 되기 전 의장에게 교육과 체육분야까지 아우르는 덩치 큰 문화복지위원회를 문화와 복지 관련 일들에 집중할 수 있게 건의했어요. 그래서 이 부분이 이전과 달리 교육, 체육 분야가 행정교육체육위원회로 독립되고 문화와 복지에 관해 중점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된 뒤 제가 문화복지위원회 위원장이 되었어요.그래서 문화와 복지 분야에 집중할 수 있게 돼서 기뻐요. 앞으로는 복지전달 체계의 불합리적인 부분의 누수를 잡아 복지 행정이 꼭 필요한 곳에 쓰일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오랜 시간 생협에서 일해 온 김 의원은 함께 사는 사회에 대한 가치관과 의식이 뚜렷하고 생활 속에 배어 있다. 공익을 위해 활동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의회에 더욱 많이 진출해 풀뿌리 민주주의를 더욱 발전시키길 바란다.

서지은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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