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AK백화점 상담실장으로 일하는 박성숙 님을 만났다. 당당한 걸음걸이로 들어선 그녀가 눈에 띈다. 말문을 열 때 마다 나오는 ‘찰진’ 이야기에 빠져들 정도다. 백화점의 고객상담실에서 10년 넘게 일하면서 얼마나 많은 사연이 있을지 궁금하기만 하다.

“저는 처음 백화점 문화센터에 입사했어요. 이후 상담실에서 10년 근무 하였고요. 백화점 내의 CS파트 실장으로서 사건 사고에 대한 해결방안을 마련하고 불만 등에 관한 일을 처리합니다. 사내강사로서 커뮤니케이션 전문 강사로도 활동합니다.”

결혼을 일찍해 두 아이를 낳은 후 일이 하고 싶어서 무작정 찾은 일이었다. 백화점에서 일한다는 사실이 마냥 좋았다. 대학졸업도 안 하고 스물 두 살에 아이 낳고 인생 처음으로 얻은 직장이었다. 급여를 떠나 열심히 문화센터 데스크에서 일을 했고 몇 년 뒤 고객상담실에서 일하게 되었다.

10년간 결혼과 육아만 신경 쓰다 뒤늦게 자신을 찾고 싶었다. 이후 학습에 의지를 불태우며 유통경영학과 심리학을 공부했다. 업무에 도움이 되는 작은 것이라도 미친 듯이 배우기 시작했다. 백화점 내 고객상담실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물어보았다.

“한 번은 지갑을 반품하러 온 사람이 있었어요. 비싼 지갑을 딸에게 사주었는데 얼마 후 반품하러 왔죠. 그런데 사용 흔적이 있어 반품이 안된다고 했더니 쇼케이스를 치면서 화를 내셨더군요. 유리가 깨어지는 큰 사고가 생겼어요. 업체와 백화점 측 그리고 고객 셋 모두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일이 저의 업무에요. 무조건 고객이 100%잘못이라고 몰아서도 안되고요. 알고 보니 지갑을 구입한 고객은 재혼을 앞둔 분이었어요. 백화점 일로 인해 불편한 마음으로 결혼식을 하고 신혼여행까지 가셨다고 해요. 결국 신혼여행 가서 하루 만에 돌아와서 변상을 해주셨답니다. 그리고 자신의 개인적인 어려움이나 고민까지 이야기해 주셨고요. 서로 마음을 터 넣고 이해하고 공감해야 하는데, 사실 업무적으로 사람들 만날 땐 힘들어요.”

가장 힘든 게 사람상대다. AK수원점에서 9년, 평택점에서 3년차 일하고 있다. 고객 집 앞에 가서 여러 번 사과한 적도 있다. 눈 오는 날 미끄러져 다친 고객이 보상을 요구하며 2년 넘게 끈 사건도 있다. 매일이 사건 사고의 연속이다. 하지만 지나고 난 후 배움과 성장을 경험한다.

대부분 결혼과 육아는 여성의 발목을 잡게 한다. 일을 하려고 해도 ‘아이 때문에...’라는 이유로 주저앉게 된다. 특히 전문직 여성일 경우 더욱 심하다. ‘여성이 일을 열심히 하면 가정 생활이 파괴된다’는 것이 암묵적인 공식이다. 하지만 박성숙 님은 그 와중에 작은 딸을 유명 테니스 선수로 키워냈다. 올해 장호배에 초대받아 경기를 뛴 김선빈 선수다. 얼마 전 명지대 총장배에서도 2위를 하였다. 2016년 경기도 내 선수 중 최대 수상 기록으로 장학금을 받기도 했다. 그녀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엄마로서 전문직 여성으로서 두 가지 역할을 해내는 것은 쉽지 않아요. 하지만 모든 경험 이후 제 인생은 한 단계 도약했다고 봅니다. 앞으로 백화점 내의 고객센터 업무 상담 내용을 바탕으로 한 책도 집필하고 싶습니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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