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팔달문 시내 한복판에 세미나, 강의 공간을 무료로 대여합니다.”

사회복지법인 백암재단이 새롭게 2014년부터 벌이고 있는 평생교육사업 중 하나다. ‘마을톡’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공간 나눔 프로젝트는 수원 팔달문 인근의 문화와 교류의 장이 되고 있다. ‘마을톡’이라는 무료 나눔 공간을 열게 된 백암재단 이원준 이사장은 어떠한 사람인지 궁금했다.

이원준 백암재단 이사장은 40여 년 전 팔달문의 ‘홍문사’라는 문구업을 처음 시작했던 故 이홍종 사장님의 아들로 백암재단의 뜻을 이어가고 있다.

“수원의 문구유통업계의 원로격인 아버지는 평생 문구업에 종사하는 분들의 자녀 및 청소년 대상으로 장학사업을 하셨습니다. 고아로 자라 자수성가해 큰 부를 이루었기에 당연히 사회에 환원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살아생전 적십자, 로타리클럽 등 봉사활동을 하셨습니다. 14년 전부터 백암 사회복지지원법인을 만들어 장학사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마을톡은 수원시내 팔달문과 중동오거리 사이 대로변 옛 수원 교학사 서점과 홍문사 문구점 자리에 위치한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과거 문구점 자리에 ‘마을톡’이라는 문화공간을 배움과 나눔의 마을 공동체로 만들어냈다는 점이 의미 있다.

“지금껏 백암재단은 장학사업을 주로 해왔습니다. 문구업 종사자 자녀 대상 학비지원 사업과 서울에 장학관(기숙사) 사업, 해외동포대상 글짓기 대회, 서광학교 장애인 스케이트 지원사업, 위기 청소년 의료지원 사업 등을 해오고 있습니다. 사회복지 시설을 짓는 일이 아닌 지원사업이죠. 하지만 ‘마을톡’이라는 문화 사업을 통해 과거 홍문사의 자리에서 팔달문 일대의 지역상권도 살리고자 합니다. ‘문화’라는 키워드로 사람들을 모으기 위해 2015년부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마을톡(TALK)이라는 이름도 의미가 크다. TALK의 뜻을 살펴보면, Teaching Achieving Learning Knowledge의 조합이다. 지식을 가르치고, 배우고 서로 성장하는 뜻을 담은 공간이다. 지식공유의 새로운 가치창조에서 물리적 공간을 공유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스티브 잡스가 자신의 집 차고에 사무실을 만들고 창조적인 괴짜 친구들을 모았던 것처럼. 물리적 공간 안에 생각의 집을 지을 수 있다.

우선 ‘마을톡’에서는 동아리, 단체 등이 정기적으로 모임을 하고 싶다면 공간을 대여한다. 그리고 이벤트성 강좌나 인문학 강좌도 열고, 주민들의 작품을 전시한다. 마을 공동체와 연계한 지식 나눔의 공간으로 활용한다. 그밖에도 개인의 여가활동, 취미공유모임 등을 열 때에도 공간을 무료로 대여한다.

더 큰 규모와 자산을 지닌 대기업도 많다. 하지만 지방 도시에서 문구 도소매업을 하다가 사회복지재단을 만든 것은 백암재단이 처음이다. 학업의 뜻을 이어가기 위한 어려운 청소년, 대학생을 위한 장학사업도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앞으로 ‘마을톡’을 통해 마을의 문화 사업을 이끌어내고자 하는 시도가 매우 신선하다.

‘마을톡’은 내부 및 외부 디자인도 매우 신경썼다고 한다. 우선 외관은 팔달문이라는 문화재와 어울릴 수 있도록 한옥 느낌을 살렸고, 대문을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게끔 문을 디자인했다. 문은 들여다보면 거울 속의 자신을 볼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 놓아 자신의 마음을 보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마을톡. 이름만큼이나 친근한 이 공간이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고, 수원 팔달문 일대의 문화 융성에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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