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딸이 한 업종에 종사하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

디자이너인 엄마의 뒤를 이어 딸 역시 유명한 디자이너가 되는 경우가 있고, 또 엄마가 유명한 가수였고, 그 딸 역시 무대에서 노래하는 가수가 되는 경우도 있다. 바로 그런 연예인 가족이 배우 배두나와 김화영의 관계이다.

같은 배우의 길을 걷고 있지만 조금 다른 것은, 엄마는 연극배우이고 딸은 영화배우라는 점이다. 올 10월 1000만 관객을 동원시킨 <터널>에서 매우 감동적인 연기를 보인 배두나의 엄마는 40년 이상 무대를 지켜온 원로 연극인이다.

올해 딸 배두나가 터널에서 1000만 관객몰이에 앞장섰다면, 엄마 김화영은 2016년을 마감하는 12월 중순 <할배 동화>에서 자신의 연기를 유감없이 펼쳐보였다. 그 엄마에 그 딸이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 김씨의 무대는 ‘원로연극인 지원사업’ 의 일환으로, 오랜 세월 무대를 지켜온 원로 배우를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그녀의 나이는 65세, 환갑도 지난 나이임에도 그녀의 연기는 관객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할배 동화>는 1세대 실향민과 탈북자 등 북에 고향을 둔 이산가족을 통해, 한반도 분단 현실을 조명하는 내용이다.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소재를 동화 속 이야기처럼 행복하게 표현해냈다. 하지만 동화가 현실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안타까움을 주며 묘한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엄마가 출연하는 연극, 첫날 첫 공연에 배두나가 객석에 앉아 숨죽이고 엄마의 연기를 지켜보았다. 엄마의 연극 40년 인생을 성원하기 위함이었다. 연극이 시작될 때 엄마보다 오히려 더 긴장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입가에 미소가 흘렀다.

연극이 끝난 뒤 두 모녀를 잠시 만나 보았다. 딸은 엄마의 손을 잡고 무척 자랑스런 표정이었다.

우선 엄마의 연기를 어떻게 봤는냐 질문해 보았다.
“엄마 연기요? 그냥 좋았어요. 엄마 연기를 내가 어떻게 평가해요. 엄마는 그냥 엄마예요.”

그렇다. 두 사람은 라이벌이 아니다. 그냥 엄마와 딸의 사이일 뿐이다.
하지만 엄마가 배우이니만큼 딸은 어려서부터 알게 모르게 어떤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그럼 엄마는 딸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쳤을까.

“같은 DNA는 속일 수 없었던 거죠. 난 두나한테 배우가 되라고 한 번도 강요한 적이 없어요.”

김씨는 딸을 사랑했고, 사랑한 만큼 교육에 철저했단다.
“지가 커서 무엇을 하던 올바른 인격체로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인성교육에 힘썼지, 연기 공부 그런 거 안 가르쳤어요.”

그런 딸이 엄마보다 유명한 배우가 됐고, 이제는 오히려 엄마를 챙기려고 한단다.
“이제 입장이 바뀐 것 같아요. 영원히 어린애로만 알았는데, 이젠 두나가 나를 걱정하고 챙기려 든다니까요.”

마지막으로 배두나의 활동에 대해서 질문해 보았다.
터널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였는데, 활동이 많지 않은 것 같아요?

“국내 활동보단 외국 활동이 많아요. <클라우드 아틀라스> 이후 허리우드로 진출, 센스8(SENS8) 12부 작에 출현하고 있어요.”

미국 TV 촬영이 끝나면 국내 활동도 많이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배두나와 김화영 모녀, 라이벌 관계는 아니라지만 두 사람 앞으로의 활동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오태영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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